북의 핵‧미사일에 우리가 속수무책인 이유
북의 핵‧미사일에 우리가 속수무책인 이유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8.04 11:27
  • 호수 5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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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처럼 무덥고 답답하기만 하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대화하고 교류하자는 제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쏘아대고 있다. 김정은이 한없이 밉지만 손쓸 재간이 없다. 중국의 속셈은 북을 내세워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제치고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이다. 중국과 북이 손잡고 미국을 무기력하게 만들려는 이 게임에 우리로서는 낄 여지도 없고 막을 힘도 없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지난 7월 28일 밤 발사에 우리보다 더 놀란 건 일본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한밤중에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북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평소 커다란 장부를 펴놓고 느긋한 자세로 정부 입장만 읽어 내려가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회의장에 허겁지겁 뛰어 들어가는 모습에는 실소가 나올 정도다. 일설에는 아베가 추락한 여론을 만회하기 위해 이 사건을 이용한다는 말도 나왔지만 그렇더라도 자기들의 배타적 경계수역(EZZ‧250km)에 떨어진 북의 미사일에 태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펄쩍 뛰었다. 조만간 중국을 압박할 경제 제재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는 사드추가배치와 탄두 중량을 늘리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추진을 발표했다. 이번 일로 미사일협상이란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김정은 등 북한지도부가 숨어 있는 지하벙커를 타격하기 위해선 탄두 중량이 커야 하며 탄두의 무게를 늘리기 위해선 한미 양국이 협상을 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북은 핵폭탄을 개발하고 ICBM을 마음껏 쏘아대는데 반해 우리는 독자적으로 탄두 무게조차 늘리지 못하는 현실이 서럽기만 하다.
북한의 ICBM 체계 완성은 우리나라에 직접적 영향도 없고 새로운 위협도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내에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된다. 왜냐하면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역내 동맹국에 제공하는 안전 보장 특히, 핵 확장 억지력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킨다는 점에서다.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은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하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고 동맹 간 신뢰에 의존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지금에 와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이 핵 공격을 한 북한에 대응 공격할 경우 북한이 미국의 도시를 보복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도 리스크가 있는데 한국이나 일본을 계속 도와주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을까. 간단한 이치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체계를 완성할수록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지고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할 정도로 강한 제재를 가할 의도가 전무하다. 중국은 김정은 정권이 붕괴해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문제라고 여긴다. 즉, 북한의 핵‧미사일은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어 오히려 중국에는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바보가 아닌 이상 중국이 김정은을 말릴 이유가 없다.
중국의 장기적‧전략적 열망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리고 자기들이 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고 김정은은 대신 중국으로부터 김씨 왕조 유지라는 반대급부를 얻어내는 구조이다.
사드의 예를 보자. 중국이 집요하게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건 사드를 실제적 이슈가 아닌 상징적 이슈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제공하는 많은 군사적 지원에 대해 중국이 거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위성 성격이 짙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반 환경영향평가 실시 등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 건 중국의 압력에 부응하는 조치로 비칠 수 있다. 중국의 압력이 성공하느냐 여부는 한반도에서 미‧중 간 힘의 균형의 핵심 시험대이다.
중국의 비호를 받으며 북은 핵보유국이 되고, 남북통일은 요원하고, 한미동맹은 시험대에 오르고, 한반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분쟁 지역으로 남아 있다. 그런 구도가 반세기를 이어오며 변한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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