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독점 해도 너무해
스크린독점 해도 너무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8.04 11:29
  • 호수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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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8일 만에 500만 관객을 모으며 여름 휴가철을 달구고 있는 영화 ‘군함도’가 스크린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개봉 첫날인 7월 31일 역대 최다인 96만명을 동원하는 등 각종 흥행 기록을 빠르게 세우고 있는데 그 이면에 독과점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다. 첫날부터 전국 2700개 스크린 중 70%에 해당하는 2200여개를 독식하면서 역대 최다 규모로 개봉했는데 2014년 개봉해 한국영화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쓴 ‘명량’이 150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것과 비교하면 50%나 많다.
전작 ‘베테랑’을 통해 1000만 관객 클럽에 가입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지만 외적인 논란으로 작품에 흠집이 간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류 감독은 지난 2006년 베니스영화제에 참여해 당시 마르코 뮐러 베니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나란히 ‘한국영화 의무상영제’(스크린쿼터제) 축소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할리우드 영화에 밀린 한국영화가 상영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걸 방지하게 위해 만든 제도를 정부가 축소하려 하자 류 감독은 세계적인 영화제에 참석해 반대한 것이다.
이런 그가 작은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축소시키자 그를 지지했던 수많은 관객들은 실망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영화 상영은 배급사가 관리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과는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대중은 그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대작영화의 스크린독과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류 감독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르신 취향의 영화를 비롯해 작은 영화들이 매번 큰 영화에 밀려 상영기회도 얻지 못하고 사라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제작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만큼 가급적 많은 극장을 확보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이해된다. 다만 전체 스크린의 3분의 2 이상을 한 영화로 채우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아직 이에 대한 법 규정이 없고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가 대부분의 스크린을 차지하는 현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독과점을 막기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
이대로 가면 1억원도 안 되는 제작비와 적은 스크린 수로 출발했지만 수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같은 영화를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한국영화시장은 연간 1억명 이상을 동원하며 미국‧중국‧일본 등에 버금갈 정도로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원조 받던 나라 중 유일하게 원조하는 나라로 전환한 국가답게 작은 영화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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