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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다산의 합독제… 국가에서 독거 남녀노인 맺어주는 거예요”
[581호] 2017년 08월 04일 (금)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대학시절부터 50여년 다산 연구… 현대판 노인복지 ‘목민심서’에 밝혀
국회의원 두 차례 역임… 교육계 비리, 신군부 언론 통폐합 등 파헤쳐

‘조선 5백년을 대표하는 최고학자’라는 수식어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다산 정약용(1762~1836). 박석무(75) 전 국회의원은 대학시절부터 다산을 연구하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다산연구소를 운영하며 그의 사상과 철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다산 연구의 최고 권위자라는 말을 듣는다.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최고 실학자 다산은 특히 노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돋보인다. 50년 가까이 다산을 연구해온 박 이사장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다.

-다산은 노인을 위해 어떤 일들을 했나.
“다산이 쓴 12편의 목민심서에 ‘애민편’이 있어요. 애민(愛民)이란 글자는 ‘백성을 사랑한다’는 말이지만 대부분 잘못 이해하고 있어요.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한 이들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애민은 6가지인데 그 중 첫 번째가 양로(養老)이다. 노인 봉양으로 현대의 노인복지와 맞는다. 노인은 누가 돌봐주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므로 국가와 공직자들은 이들을 보살펴주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아이를 자상하게 돌봐야 한다. 세 번째는 진궁(振窮)이다. 궁핍한 사람을 구제한다는 의미로 홀아비, 과부, 고아, 독거노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네 번째는 애상(哀喪), 죽은 사람을 돌봐야 한다. 다섯 번째는 관질(寬疾)로 불치병자나 장애인에게 조세나 부역을 면제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구난(救難). 천재지변으로 재난을 당한 사람을 구제해야 한다.
-과거에는 자식이 부모를 모셨는데.
“물론 자식의 부모부양이 기본이지만 그렇더라도 모두가 그러지는 못했을 테니까 국가가 사회적 약자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현대 정치에도 딱 들어맞지 않나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노인을 보살폈나.
“동네 노인들을 불러다가 양로연이라고 잔치를 베풀어 음식을 먹게 하고 흡족하게 해주었어요. 일년에 몇 번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어요. 걸언(乞言) 제도입니다. 걸언은 ‘말 동냥을 하다’, ‘말을 빌린다’는 뜻인데 노인들의 얘기를 듣는 걸 말합니다.”

양로연이 끝날 무렵 군수나 목민관 등이 동네 노인들로부터 무엇이 잘못 되고 무엇이 잘 됐는지,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등 동네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 젊은이라면 앞으로 살날이 많아 바른 말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다 살은 노인이라면 그런 걱정 없이 소신 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자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청와대 만찬에 초청 받은 국가 원로들이 대통령 앞에서 한 말씀을 안 한다”며 “제 주변에도 청와대 만찬에 간 분이 있어 ‘왜 한 말씀 안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다음에 불러주지 않는다’고 대답하더라”고 말했다.
-대통령 앞에서 쓴 소리를 하는 이가 드물다.
“그런 노인들만 있는 한 나라가 잘 될 수가 없어요. 대한노인회가 잘 하려면 노인의 이름으로 독재에 대해서 비판하고 잘못된 정치를 비판해야 합니다. 그게 양로정치의 기본입니다. 다산은 100년, 200년을 내다본 겁니다. 사또가 어떤 사람인가요. 촌에서 배운 것 없이 나이만 들어 노인이 된 이가 사또 앞에서 바른 소리를 할 수 있겠어요. 걸언제도를 통해 그걸 가능하도록 만든 이가 다산입니다.”

   
▲ 한달에 3회 정도 외부강연을 다니는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지자체, 공공기관, 각종 포럼 초청으로 열리는 다산 주제의 강연은 인기가 높다.

박석무 이사장은 전남 무안 출신으로 1971년 전남대에서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 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 전남대 유신 반대 유인물 ‘함성’지 사건으로 복역하면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저술했다. 1980년 고교 교사로 재직하며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었다. 그런 인연으로 2003년 5‧18 기념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제13~14대(1988~1996) 국회의원 시절 교육계 비리와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을 파헤쳤다. 동국대‧명지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단국대 이사장, 한국고전번역원장을 역임했다. ‘다산기행’ ‘다산 정약용 평전’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다산을 어떻게 알게 됐나.
“어려서부터 한문을 익혀 다산의 저서를 읽을 수 있었어요. 지금처럼 번역서가 있지 않고 원문만 있었던 때였지요. 특히 다산의 시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어요.”
-다산 사상의 핵심은 무언가.
“공(公)하고 염(廉)이란 두 글자입니다. 공은 공익을 위해 공정하고 공평하게 한다는 말입니다. 공사의 사(私)를 버리고 공을 가장 앞세우는 겁니다. 염은 청렴함입니다. 다산의 500여권이나 되는 저술의 기반이 바로 이것입니다. 목민심서는 공직자가 어떻게 공과 염으로 살 것인가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것이 지도자의 최고 덕목이기도 하지요.”
-다산은 실제로 어떻게 백성을 다스렸나.
“지난번 촛불시위를 보면서 ‘200년 전 다산이 한 말을 이제야 우리 국민이 실행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떠올렸어요.”
-200년 전 한 말이라면.
“백성이 항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황해도 곡산에서 백성 1000여명이 과중한 세금에 항의하는 민란을 일으켰어요. 난은 평정이 됐지만 주모자는 도주했어요. 다산은 정조의 명을 받고 이곳에 부임해 뒷수습을 해야 했습니다. 주모자가 마침 다산이 온다는 말을 듣고 자수했어요. 다산이 주모자에게 난을 일으킨 이유를 묻자 ‘두말 받을 걸 아홉말을 받으니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고 대답했어요. 그 자리에 있던 이방 등 관리들에게 ‘그 말이 사실이냐’고 물으니 모두가 ‘맞다’는 겁니다. 그러자 다산은 ‘이 사람이 항의할 것을 했는데 뭐를 잘못했는가, 처벌할 이유가 어디 있나, 백성의 의무를 다했다’면서 풀어주었어요.”
-당시 세금 문제가 정말 심각했던 가보다.
“‘애절양’(哀絶陽)이란 다산의 시가 그 문제를 묘사한 겁니다. 당시는 사람 머리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인두세였어요. 정관수술도 없던 시절이라 자고나면 아이가 생기고 거기에 세금을 매기니까 한 지아비가 생각다 못해 자기 생식기를 칼로 베어버렸어요. 아내가 비명소리를 듣고 방안에 들어가 보니 피가 흥건하고 잘려진 나머지가 있는 겁니다. 그걸 들고 관청으로 쫓아가 군수를 만나려고 했지만 문지기가 쫓아내고 맙니다. 다산이 그 이야기를 듣고 절절하게 써내려 간 겁니다.”
-다산이 말하는 노인 행복은 어떤 건가.
“기본적으론 부부가 해로하고 자식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고, 젊은 날 열심히 일해 넉넉히 벌어두어 노후에 군색하지 않게 지내는 거지요.”

박 이사장은 다산이 독거노인들을 위해 기발한 착상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독거노인에게 짝을 찾아주어 행복한 노후를 보내도록 하는 ‘합독제’이다. 국가가 중간에 나서서 독거 여성과 독거 남성이 하나가 돼 외로움을 막고 서로 의지하며 살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수년 전 인천시장의 요청을 받고 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합독제를 주제로 강연했다”며 “이후에 인천시가 실제로 독거 남녀노인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새로운 커플을 탄생시켰고 그들이 만족해한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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