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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중에 서랍을 여니 거기에는 한 묶음이나 되는 가야의 편지뭉치가…
이효석 장편소설 화분 <48>
[582호] 2017년 08월 11일 (금) 글=이효석 그림=이두호 화백 .
   

가야의 처지를 가엾어는 여기면서도 한편 자기 자신의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의식에서 오는 안심――그것을 내심으로는 악마의 기쁨이라고 느껴는 보면서도 막을 수 없는 자연의 심정임은 어쩌는 수 없었다. 그런 심정을 탄할 사람도 없는 것이요, 막을 능력도 세상에는 없는 것이다. 경쟁과 싸움은 숨은 속에서도 거세게 계속되는 것이다. 치밀한 주의 아래에서 미란의 시험은 더욱 계속되었다. 두 사람 사이를 엿보고 가야의 마음의 성과를 살펴 나가는 동안에 처음 인상이 더욱 선명해 갈 뿐이었다. 영훈의 마음이 태연하고 범연한 데 비겨 가야의 감정은 반비례로 격해가고 더워 가는 것을 미란은 애닯게 바라보았다.
사랑의 표현은 결국 글자로 나타나야 하는 것일까. 글자는 표식이 있으므로 가슴속에 담고 있을 때보다는 확적은 해지나 결과는 슬프고 애달픈 듯하다. 글자 속에 담긴 가야의 안타까운 감정을 보았을 때 미란은 남의 일 같지 않게 가슴이 떨렸다. 아무도 없는 연구소 연습실에서 하루 가야의 편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가야는 연거푸 날마다 연구소에 나타나다가도 여러 날씩을 번기는 때가 있었다. 그런 때에는 반드시 영훈에게로 편지가 오는 모양이었다. 편지를 내기 위해서 쉬는지도 모르고 만나서 못할 말을 편지 속에 부탁하자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상 위에 놓인 봉해 있는 편지를 미란은 견디기 어려운 숨은 충동으로 먼저 손을 대었다. 장황한 편지가 아니라 짧은 노래였다. 하아얀 백지 위에 가느다란 먹으로 적어 놓은 마음의 노래였다.
그 어느 하룬들 / 그 이름 / 안 부르는 날 있으리 / 일 년이라 / 삼백육십오 일 / 가슴속에 / 그 어느 하룬들 / 그 이름 / 안 부르는 날 있으리.
자기 자신의 마음속을 엿본 듯 자기 자신의 하소연을 들은 듯 미란은 얼굴이 화끈해지면서 눈시울이 더워졌다. 그가 즐겨 부르는 가요곡 속의 한 구절일까. 손수 창작한 사랑의 노래일까. 글자 사이사이에 새겨진 마음의 고백에 놀라며 미란은 심상치 않은 결말을 예감하고 소름이 치는 것이었다. 무심중에 서랍을 여니 거기에는 한 묶음이나 되는 가야의 편지뭉치가 들어 있는 것이다. 정신없이 이것저것을 닥치는 대로 뽑아서 임의로 펴 볼 때 모두가 같은 감정의 발로요 슬픈 노래였다. 하아얀 종이 위에 피 흔적 같이 꼼꼼히 뿌려진 가느다란 먹 자취였다.
끝없는 사모의 생각 / 부질없는 바람결 같도다 / 내 슬픔 어쩌는 수 없고 / 내 눈물 그칠 바 모르도다. / 부질없는 이내 생각 / 목숨이 진한대도 / 뉘우침 없으리. /차라리 내 그를 원하노라.
샘같이 솟는 슬픔의 감정. 악보 위에 적힌 것을 읽으면 목 메이게 부르는 노래의 구절을 듣는 듯 마음이 설렌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 가리켜 보다 / 내 맘의 허공 / 내 맘의 허공 /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 가리켜 보다.
무수한 노래가 꽃묶음같이 흔하다. 어느 구석에 그렇게 흔한 정서가 숨어 있는 것일까. 가야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른다. 한 눈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서도 한 눈으로는 딴전을 보아야 하는 슬픈 얼굴이 떠오르면서 세상에서 몇 째 안가는 불행한 사람인 것같이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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