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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가나아트 컬렉션 앤솔러지’ 전
미술에 민초의 시대의식을 담다
[582호] 2017년 08월 11일 (금)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오윤‧황재형‧강요배 등 민중미술 진수 선보여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부가 저지른 학살을 보도한 독일기자와 그를 서울에서 광주까지 태워준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 6일만에 500만명을 동원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가운데 ‘택시운전사’와 결을 같이하는 미술품들이 서울시립미술관에 내걸려 있다. 5‧18 이후 제5공화국에 대한 저항이 사회운동으로 확산되던 무렵에 등장한 ‘민중미술’이 그 주인공이다. ‘택시운전자’ 속 시민들의 저항정신을 담은 미술품들은 무더위 속에도 그때의 정신을 담아 묵묵히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민주화운동과 함께 태동한 민중미술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계속되는 ‘가나아트 컬렉션 앤솔러지’ 전에서는 제주를 대표하는 강요배 등 1980년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민중미술가의 작품들을 비롯해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극사실주의, 표현주의 경향의 작품들로 한국미술의 흐름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가나아트 이호재 대표의 기증품으로 이뤄진 첫 번째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01년 민중미술 작품 200여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기증품에는 ‘현실과 발언’,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 ‘두렁’, ‘임술년’ 그룹 회원 등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 46명의 작품들이 포함돼 있었고 이번 전시에서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민중미술은 1980년대에 진보적인 미술인들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미술변혁운동이자, 민주화운동과 흐름을 함께 한 사회변혁운동으로 군부의 억압에 대한 반작용으로 탄생했다. 1980년 젊은 작가들의 동인 모임인 ‘현실과 발언’이 창립되면서 본격화돼 미술사의 한 흐름을 형성했다.
이번 전시는 민중미술을 통해 ‘미술은 시대정신을 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민중미술 작가들은 민중과 함께 하고자하는 의지와 행동을 작품에 담았고 화랑이 아닌 거리에서 행동했다. 작품들은 작가들의 고민과 행동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홍순모의 ‘너희는 눈을 높이 들어 누가 이 모든 것을 창조하였나 보라’라는 조각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구약성서 ‘이사야 40장 26절’의 첫 문장을 인용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종교적인 성찰을 담고 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형태로 표현된 남루하고 지친 표정의 남자 전신상은 원죄로 인해 고통 받는 인간의 고뇌를 보여준다.
목판화로 유명한 오윤의 ‘춤’을 비롯한 ‘대지’, ‘낮도깨비’(사진), ‘바람이 부는 곳’ 등 대표작들도 인상적이다. 40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현재까지도 민중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민화‧무속화‧탈춤‧굿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민족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해 제1회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한 황재형의 ‘물지게꾼’도 많은 생각거리를 안긴다. 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진 지게꾼이 높은 언덕길을 오르기 직전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보는 시선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힘겨운 서민들의 삶을 묘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배경을 강인한 노란색으로 채우면서 희망적으로 볼 여지도 남겨 놓았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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