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실버주택 편의성 높지만 보급 늘리는데 한계
공공실버주택 편의성 높지만 보급 늘리는데 한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8.11 13:38
  • 호수 5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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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노인 위한 주거정책의 초점은…
▲ 공공실버주택과 그룹홈이 저소득 노인의 주거 안정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김제시 그룹홈에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2019년까지 복지관 갖춘 공공실버주택 2300가구 보급… 일부만 혜택
농촌지역 중심 ‘그룹홈’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

지난해 6월 경기 성남 위례 ‘공공실버주택’에 입주한 송 모(82) 어르신. 허리수술을 받은 후 집안에서 움직이는 게 고통이었지만 안전손잡이, 비상콜 등이 설치된 새집은 이런 걱정을 덜어줬다. 뿐만 아니라 1~2층에 위치한 복지관에서 매일 점심은 물론 간식도 챙겨주고 물리치료실도 갖춰 허리 통증도 완화해줘 “살맛이 난다”고 했다. 같은 시각, 전북 김제에 거주하는 이 모 어르신(89)은 회원으로 등록한 서계경로당으로 향했다.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경로당에 머물다 잠시 집에 들러 우편물 등을 확인한 후 잠을 자기 위해 ‘그룹홈’인 경로당으로 향한 것이다. 이 어르신은 “같은 처지의 회원들과 지내며 외로움을 덜어서 좋다”고 말했다.
저소득 독거노인의 주거 안정과 고독사 방지, 외로움 해소 등 노인문제 해결법으로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는 ‘공공실버주택’과 지자체별로 운영 중인 ‘그룹홈’이 주목받고 있다.
공공실버주택이란 저층부에는 복지관을 설치하고 상층부에는 고령자 맞춤형 주택을 건설해 주거와 복지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말한다. 65세 이상 저소득자가 대상이며 국가유공자, 독거노인에게 우선 공급된다.
공공실버주택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방공사가 건설·운영을 주관하며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은 올해 사업승인을 완료하는 등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복지 프로그램을 구성해 운영한다.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행정적인 지원과 함께 기부금과 예산을 공동 활용해 건설비 등과 초기 5년간 연 2억 5000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와 올해 한 차례씩 사업지를 선정해 총 22곳 2300가구의 공공실버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1차로 선정된 공공실버주택 사업지는 전국 11곳으로 총 1234가구가 공급된다. 당초 약 900가구 가량 건설계획이었으나 지자체의 공급 확대 요청 등을 받아들여 공급가구가 증가했다. 기존 건설 중인 공공임대주택을 전환해 지난해 문을 연 성남위례(164가구)를 포함해 수원광교(150가구) 등 10곳(940가구)은 올 하반기 부터 순차적으로 입주가 이뤄진다. 인천 옹진, 충북 제천, 전남 광양, 경북 영덕 등 2차 사업지로 선정된 11곳 1070가구는 연내 사업승인을 완료하고 오는 2018년 착공해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공공실버주택은 일반 주택과 달리 고령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설계됐다. 현재 입주해 운영 중인 성남 위례 공공실버주택을 보면 문턱을 제거하고 복도·욕실 등 안전손잡이와 욕실·침실 비상콜, 높낮이 조절 세면대 등 각종 편의를 고려했다. 복지관에는 물리치료실, 경로식당, 운동시설, 소공연장, 문화강좌실, 옥상텃밭 등을 갖추고 복지법인이 상주하며 20여 가지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입주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또한 지역주민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지역사회의 복지서비스 수준을 올리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다만 입주 인원이 대상자보다 현저하게 적다는 점은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독거노인은 130만명이 넘지만 현재까지 2300가구 정도밖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아 보편적인 복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다.
이에 국토부에서는 단계적으로 공급을 확대해 보다 많은 노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실버주택은 지역주민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지역사회의 복지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며 “향후 공공실버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 사업모델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 전남 등 농촌노인이 많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그룹홈’은 공공실버주택보다 현저히 적은 예산으로도 독거노인 수만명의 생활을 안정시키면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실시하는 그룹홈은 지역별로 ‘카네이션하우스’(경기), 두레사랑방(전북 남원), ‘한울타리 행복의 집’(전북 김제), 9988쉼터(전남 순천) 등 이름만 다를 뿐 운영방법은 비슷하다. 오전에는 경로당으로 활용하다 오후에는 독거노인이 함께 머물며 생활하는 방식이다. 공공실버주택과 달리 기존 시설을 이용하고 경로당별로 일정금액의 운영비만 별도로 지원하면 돼 적은 예산으로도 많은 노인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주목받아온 김제시의 그룹홈이 대표 사례다. 김제시는 2004년부터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을 새로 고쳐 노인이 공동으로 생활할 수 있는 ‘그룹홈’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전체 605개 중 30%인 170여개 경로당을 그룹홈으로 운영하면서 노인들의 사랑방에서 독거노인 공동살림집으로 활용도를 넓히고 있다. 김제시는 이를 위해 연간 경로당 운영비 300만원 외에 그룹홈 운영 경로당에 3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1999년 문을 연 서계경로당 경우 2007년 부엌 공간을 확장해 그룹홈으로 탈바꿈했다. 서계경로당이 다른 경로당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잠’이다. 다른 경로당은 점심이나 저녁 하루 한두 끼 밥을 함께 먹지만 저녁엔 각자 집으로 돌아가 따로 잔다. 이와 달리 서계 경로당 회원들은 밤에 모여 함께 자고 낮에 각자 집에 들러 청소를 하고 텃밭 농사도 짓는다.
회원들이 모두 그룹홈에서 잠을 자는 것은 아니다. 등록 회원은 60여명 중 그룹홈 입소자는 여성 노인 11명이다. 가끔 자식들이 찾아오면 집에서 자지만 매일 밥 먹고 씻고 놀고 자는 할머니들의 ‘진짜 집’은 경로당인 것이다.
다만 공동생활이다 보니 이용자 간 다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운영비만으로는 식비와 냉난방비를 충당하기 힘들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그룹홈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나가면서 외로움과 경제난에 시달리는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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