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동네의원 진료비 부담 줄어든다
노인, 동네의원 진료비 부담 줄어든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8.18 10:47
  • 호수 5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부터 진료비 2만원이면 본인부담금 2000원(10%) 내면 돼

내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이 동네의원을 방문해 외래진료를 받을 때 내야 하는 본인부담 의료비가 줄어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른바 ‘동네의원 외래진료 본인부담금 노인정액제’(노인정액제)를 구간별 차등 정률제 방식으로 개편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는 목표 아래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 내년부터 노인정액제가 ‘구간별 정률제’ 방식으로 개편될 예정이어서 65세 이상 노인이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내야 하는 본인부담 진료비가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보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보건복지부, 노인정액제를 ‘구간별 정률제’ 방식으로 개편키로
2만원 이하면 10%, 2만~2만5000원 20%, 2만5000원 초과 땐 30%
의협 “정률제 방식 채택 아쉬워” … 약사회 “의사만을 위한 개편” 비판

현행 노인정액제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이면 1500원의 본인부담금만 내면 된다. 그러나 진료비가 1만5000원을 초과한 경우에는 진료비 총액의 30%를 본인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문제는 해마다 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가 수가협상을 벌이면서 의료서비스 가격이 매년 인상되고 총 진료비도 함께 올라 진료비가 노인정액제의 기준금액인 1만5000원을 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진료비 부담이 높아진 고령의 환자들이 진료의사와 다툼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올해는 수가협상 결과, 의원급 의료기관이 환자를 진료하고 받는 수가(초진 기준)가 내년부터 1만5310원으로 오르면서 노인정액제 기준금액 자체를 훌쩍 넘기게 됐다. 의료계에서는 노인이 초진진료를 받을 때부터 진료비의 30%인 4593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해 의료비 부담이 3배 이상으로 급증하는 문제가 벌어진다며 노인정액제 수가 인상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에 복지부는 과거와 똑같은 진료를 받고도 노인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급증하는 일이 없도록 노인정액제를 정률제로 바꾸기로 했다. 본인 부담비율을 외래진료비 총액이 2만원 이하면 10%, 2만원 초과∼2만5000원 이하면 20%, 2만5000원 초과면 30% 등으로 차등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외래 진료비가 2만원인 경우 현행 제도 하에서는 본인부담금이 6000원이었지만 2000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에 요구했던 4가지 개선안 중 가장 후순위로 여겨졌던 ‘정률제 방식’이 채택됐다며 아쉽다는 반응이다. 종전에 의협은 노인정액제 개선 방안으로 복지부에 △기준금액 2만5000원 상향 조정 △정액제+정률제 혼합 △국고 보조 전제된 정률제 전환 △연령별 본인부담금 차등 등을 전달한 바 있다.
의협 관계자는 “내년도 수가상승으로 인해 초진료가 상승돼 사실상 노인정액제의 종료를 예상하고 있는데 지난해에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환자들에게 혜택이 더 돌아갔을 생각이 들어 아쉽다”며 “또한 정책도 시일에 쫓겨 급히 추진한 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서울 종로구의 A 내과의원 원장도 “이번에 노인정액제가 조정되면 최소한 10년 이상은 유지될 텐데 향후 물가 상승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정률 구간을 좀 더 확대해 현 2만원~2만5000원인 구간을 2만5000원에서 3만5000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3개 보건의약단체는 “의사들만을 위한 개편”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3개 보건의약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본래 목적과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선 한의, 치과, 약국, 의과 구분 없이 모든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복지부는 한의, 치과, 약국을 제외하고 오직 의과 의원만을 위해 보험정책의 균형성과 형평성을 무시하고 편중된 개정을 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울의 B약국 약사는 “현행 노인환자가 약국 이용 시 약제비가 1만원 미만이면 1200원, 1만원 이상이면 30%를 부담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65세 이상 노인환자의 약국 처방전당 요양급여비용은 2015년 4만원으로 2001년(1만8000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약국 노인환자 정액부담(1200원) 적용 비율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정액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액 구간을 넘어선 노인환자들이 30% 정률제 적용을 받으면 약국이 환자에게 약값 바가지를 씌운다는 항의도 많다는 게 약사들의 고충이다. 이에 약사회는 최근 보건복지부에 노인정액제 개선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상태이다. 특히 국회에서도 약국 노인정액제 개선을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된 상태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올해 초 의료기관과 약국의 노인정액제 적용 상한액을 증가하는 내용의 법안을 연이어 발의한 바 있다. 당시 박 의원은 약국 노인정액제 개정안에서 약제비 1만5000원을 넘지 않을 경우 10%를 부담하고, 1만5000원을 초과 시에는 20%를 부담하도록 했다.
약사회는 “개선된 제도가 약국에서도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인정액제 정책을 의협 뿐만 아니라 모든 보건의료단체를 포함한 자리에서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의협도 “노인정액제 개선에 한의계가 제외된다면 2만5000명의 한의사가 총궐기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와 관련,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노인정액제를 의과만 개편하기로 방향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며 “관련 단체와 충분히 협의를 진행한 후 시행령 등을 개정할 계획이다. 일단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지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