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버리는 순간 행복 찾아온다”
“차를 버리는 순간 행복 찾아온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8.18 13:12
  • 호수 5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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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건강해지고 경제적 여유도 생겨

‘뚜벅이’가 되고나서 속 편해졌다. ‘뚜벅이’는 자가용을 타지 않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의미의 속어이다. 기자는 차를 없앤 이후로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소싯적에는 차가 없으면 죽는 줄 알았다. 일단 집밖으로 나오면 자동차부터 찾았다. 차에 올라탄 다음에 어떻게 가는가를 생각했다. 그런데 꼭 차로 가지 않아도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차를 버린 후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몸이 건강해졌다. 자가용이 있을 때는 외식을 한 후 배가 부른 상태에서 바로 차를 타고 귀가했다. 쓰지 못하고 남은 기름진 음식물이 지방으로 쌓여 뱃살만 늘었다. 이제는 식당에서 나와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까지 걷는다. 차를 타고나서도 자리가 없으면 서있을 수밖에 없다. 급정거를 반복하는 버스기사의 난폭운전에 몸을 내맡긴 채 흔들리다보면 어느새 소화가 돼 집에 도착할 때쯤에는 몸이 가벼워져 있다.
또 다른 이점은 경제적인 여유다. 자동차 한 대를 굴리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가보다 자동차에 대한 세금이 유난히 많다. 국민이 지난해 낸 자동차 관련 세금은 무려 40조 6769억원으로 국방예산과 맞먹는다.
우리는 자동차를 사치품으로 간주해 선진국에는 없는 ‘개별소비세’란 세금을 따로 낸다. 구입 단계에서 차량 값의 5%를 가져가는데 여기에는 자동차와 전혀 상관없는 교육세까지 들어있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말이 나온 김에 우리나라 자동차에 대한 세금 구조를 들여다보자. 현재 자동차 조세 항목은 형식적으로는 ▷구매하는 단계에서 개별소비세(교육세 포함)‧부가세 ▷등록 단계에서 등록세‧취득세 ▷보유단계에서 자동차세(교육세 포함) ▷이용단계에서 유류개소세(교육세 포함)‧주행세‧부가세 등 총 8종류의 세금을 물린다. 그런데 개소세‧자동차세‧유류개소세에 자동차와 무관한 교육세가 포함돼 실제로는 11종류의 세금을 납부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부가세‧유류개소세‧교육세 등은 소비자들이 세금을 낸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경제활동의 증가에 따라 자동차를 운행‧관리하는 이용량이 많아지면서 국민이 보이지 않는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날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 됐는데도 아직도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등 여전히 옛날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들은 사정이 어떤가. 미국은 구매단계에서 판매세, 보유단계에서 등록세, 운행단계에서 연료세‧소비세 등 우리의 절반인 4종류의 세금뿐이다. 독일 역시 구매단계에서 부가세, 보유단계에서 자동차세, 운행단계에서 소비세‧부가세로 4종류이며 개별소비세는 붙지 않는다. 자동차와는 전혀 상관없는 교육세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뿐인가. 차를 갖고 있으면 자동차보험에 유류비, 수리비, 주차비, 감가상각비 그리고 가끔씩 날아오는 교통범칙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차를 갖고 있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고 가계 손실로 이어진다.
차를 없애면 하루아침에 이 모든 비용과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몸은 건강해지고 통장의 돈은 줄어들지 않는다. 교통체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운전하는 그 시간에 자유롭게 책이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서울만큼 대중교통 체계가 잘 돼 있는 나라도 드물다. 버스와 지하철을 연계하면 어디든 못 갈 데가 없고 갈아타는 데 비용도 추가되지 않는다(이명박 정권이 버스‧지하철통합환승요금제만은 잘해놓았다).
노인이 돼서도 젊었을 적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굳이 차를 끌고 다니려는 것도 어떤 의미에선 ‘노욕’일 수 있다. 차를 버리는 순간 행복이 찾아온다. 법정스님도 “일체 세간사 모든 애착을 놓으라”며 무소유의 삶을 권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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