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왜 급격히 증가하나?
대장암, 왜 급격히 증가하나?
  • 김남규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 승인 2017.08.18 13:20
  • 호수 5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26>

50대 남자환자 A씨는 대장내시경 검사 후 직장암 진단을 받았다며 외래로 찾아왔다. 그동안 전혀 증상이 없었다며 황당해하던 A씨는 연세대 의과대학 학생의 아버지였다. 본과에 올라가면서 대장내시경 검진에 대한 외과 수업을 들은 아들이 싫다는 아버지에게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했던 것이다.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대장암 2기 이상을 진단받는다. 하지만 A씨는 불행 중 다행히도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암을 발견해 수술 후 최종 조직검사에서 대장암 1기로 결과가 나왔다. 만약 환자가 몇 년 후 몸에 이상을 느꼈을 때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면 암은 훨씬 더 많이 진행됐을 것이다.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들은 덕에 아버지의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라며 환자의 아들을 칭찬해 주었다.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도 건강검진에서 대장암을 진단받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가족 중 대장암에 걸렸던 사람이 없는데도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장암 진단을 받는 환자들도 많다. 국립암센터의 2011년 국가 암등록 통계자료를 보면 대장암은 우리나라 남성암 2위, 여성암 3위이며, 발생률 증가 면에서 유방암, 전립선암과 더불어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대장암은 왜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암이라고 하면 유전적인 요인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대장암 환자들 중 유전적 요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경우는 대장암 전체 환자의 약 15%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는 염증성 장질환, 비만, 운동 부족, 음주 등이 유력한 발병 인자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까지 대장암 발병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요인은 식습관, 바로 음식이다.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나 과일 섭취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동물성 지방, 즉 쇠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붉은 육류와 베이컨,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장기간 섭취했을 때 대장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90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육류 소비량은 50g에서 113g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대장암뿐 아니라 다른 암이 증가하는 원인이 바로 서구식 식습관과 육류 섭취 증가에 있다고 보는 이유다.
그렇다면 왜 동물성 지방이 대장 건강에 해로운 것일까?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면 소화를 위해 간에서는 담즙, 즉 쓸개즙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 담즙에서 나온 담즙산이 대장에 머물면서 암을 일으킨다는 이론이 있다. 또한 고기들은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것이 대장에 머물면서 나쁜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원인들로 인해 대장 점막에 용종이 발생하는데, 발생한 용종 중 60~70%는 선종성 용종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선암으로 진행된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의 시간이 지나면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다면 대장 건강을 위해 무엇을 먹고 무엇을 피해야 할까? 동물성 지방이 몸에 해롭다고 해서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필수 단백질의 섭취를 위해 어느 정도의 육류 섭취는 반드시 필요하다. 섬유질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짧아 발암물질과 대장의 접촉시간을 줄이므로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해야 한다.
특히 과일에는 항산화 물질이 많아 발암작용을 막으므로 채소와 과일 섭취는 대장 건강을 위한 필수식품이다. 그 외에 칼슘과 비타민 D, 엽산이 대장암 발병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학설도 있다.
무병장수의 비밀을 흔히 ‘삼쾌(三快)’라 말한다. 잘 먹고(쾌식), 잘 자고(쾌면), 변을 잘 보는 것(쾌변)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뜻이다. 대장암이 증가하는 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육류의 섭취 증가로 우리의 식생활이 온전치 못했기 때문이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김남규/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