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여는 고전의향기[20]수령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마음을여는 고전의향기[20]수령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 이 규 옥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원
  • 승인 2017.08.18 13:40
  • 호수 5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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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백성을 다스리는 자가 두려워해야 할 것이 네 가지 있으니,
아래로는 백성을 두려워해야 하고,
위로는 대간(臺諫)을 두려워해야 하며,
그 위로는 조정을 두려워해야 하고,
더 위로는 하늘을 두려워해야 한다.

牧民者有四畏 (목민자유사외),
下畏民 (하외민),
上畏臺省 (상외대성),
又上而畏朝廷 (우상이외조정),
又上而畏天 (우상이외천).

- 정약용(丁若鏞, 1762~1836년),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권12 「부령도호부사로 부임하는 이종영을 전송하는 서 [送富寧都護李【鍾英】赴任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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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이 친구 이재의(李載毅)의 아들 이종영(李鍾英)이 부령도호부사로 부임할 때 써준 글입니다. 수령들이 일반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관원들의 비리를 찾아내 탄핵하는 대간(臺諫)이나 관원을 임명하고 파직하는 권한을 가진 조정의 신하들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맡은 고을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대부분의 수령은 대간이나 조정마저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토색질을 일삼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입니다.
이종영이 부임하는 부령부(富寧府)는 함경도 마천령(摩天嶺) 북쪽에 있는 고을로, 서울에서 2000리나 떨어져 있으니, 다산으로서는 이런 험지의 수령으로 가게 된 친구 아들을 보며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산은 대간과 조정뿐만 아니라 백성과 하늘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는 경계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대간과 조정은 때로 멀리 있어 모든 것을 다 보고 들을 수 없지만, 백성과 하늘은 늘 눈앞에서 혹은 바로 위에서 보고 들으므로 참으로 두려운 존재라는 것입니다. 백성은 수령이 세금 거두는 것을 고르게 하지 않아도 원망하고, 창고를 열어 진휼(賑恤)하고 곡식을 받아들일 때 이익을 취해도 원망하고, 술과 여색에 빠져있어도 원망하고, 형벌을 함부로 쓰거나 송사(訟事)를 잘못 처리해도 원망합니다. 이렇게 백성들이 원망하는 것을 수령이 두려워하지 않으면 결국 하늘도 분노하여 재앙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다산의 당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부령부는 조선의 동북방 국경 지역으로 영토 문제가 계속 이어져 내려온 곳이니, 수령으로서 이곳의 역사를 모르면 안 된다면서, 옥저(沃沮) 때부터 고려와 조선 초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제대로 알아야 하고, 부임해서는 직접 지도(地圖)와 지지(地志)의 내용이 실제와 맞는지도 확인해서 엉성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는 것이 수령의 책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참으로 나라를 위하는 다산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출처:한국고전번역원(www.itkc.or.kr)

이 규 옥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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