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0월부터 모든 빈곤층 가구에 주거급여 지급
내년 10월부터 모든 빈곤층 가구에 주거급여 지급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7.08.18 13:45
  • 호수 5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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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기준 단계적 폐지… 복지부 ‘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발표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이 8월 10일 빈곤층에 속해 있으면서도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서울 종로구 문 모 어르신 집을 방문해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올해 11월부터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경우 부양의무 적용 안해
3년간 예산 4조3000억 소요… 비수급 빈곤층 최대 60만명 줄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8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사는 문 모(81) 어르신 집을 방문했다.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의 살림살이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다. 문 어르신은 생활환경이 열악한 월세방(보증금 200만원, 월세 16만7000원)에서 홀로 살고 있고 월 20만6050원의 기초연금 외에 아무 소득이 없으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 그에겐 서울에 거주하는 딸 셋이 있는데 모두 형편이 좋지 못하나 큰 딸이 부양능력 기준을 약간 웃도는 재산이 있어 부양의무자로 돼 있기 때문이다. 큰 딸은 지체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어 문 어르신이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문 어르신은 2009년부터 여섯 차례 기초생활보장 신청을 했으나 번번이 탈락했다.
이렇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문 어르신도 올해 11월부터 국가로부터 부양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중중장애인이 있는 가정은 부모 등의 부양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11월부터 문 어르신은 생계비(28만9830원)와 주거비(17만3340원)를 받게 돼 기초연금을 합쳐 총 66만9220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문 어르신은 “힘들고 가난해도 장애인 손주를 키우는 딸에게 손을 내밀 수 없었다”면서 “앞으로는 생계비와 주거비도 받고 의료비 부담 없이 병원을 다닐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경우도 부양의무자 기준이 크게 완화된다. 올해 100세가 된 임판례 어르신은 전북 전주의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는데, 인근에서 어머니를 챙기던 첫째 딸 장 모(80)씨도 지난해 8월 암 진단을 받으면서 거처를 집에서 요양원으로 옮겨야 했다. 임 어르신 슬하의 자녀는 아들 넷에 딸 셋인데 모두가 65세를 넘었고 이들이 십시일반 모아 주는 20만원이 수입의 전부임에도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아니다. 부양의무자 자녀들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11월부터는 임 어르신의 경우처럼 자녀가 노인이고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면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고 비수급 빈곤층을 크게 줄이는 것을 내용으로 한 ‘제1차 기초생활보장 3개년 종합계획’(2018~2020년)을 확정해 8월 10일 발표했다.

2015년 기준으로 소득이나 재산은 수급자 선정기준을 충족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생계·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93만명에 달한다.
이번 종합계획에는 국비와 지방예산을 합쳐 2020년까지 4조3000억원이 소요되며, 2022년까지 9조5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복지부는 추산하고 있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 기준 중위소득 43%이하는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전원에게 주거급여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2020년에는 주거급여 대상자를 기준 중위소득의 45%로 확대하고 급여비도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계획이다.
또한 임 어르신, 문 어르신 사례와 같이 2017년 11월부터 수급자 및 부양의무자 가구 모두에 노인 또는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생계급여는 3만5000명, 의료급여는 7만명, 주거급여는 90만명을 추가로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아동수당 도입 부분까지 포함하면, 나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현재 93만명에서 2020에는 33만~64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월부터는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소득·재산 하위 70%)이 포함된 가구에 대해서는 아예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비수급 빈곤층이 20만~47만명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비수급 빈곤층에 대해서는 ‘지방생활보장위원회’에 상정해 심의함으로써 보호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둘 계획이다.
이밖에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50%이하로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가구에 대해서도 통합적 지원에 나선다. 앞으로 차상위 가구엔 건강보험 본인부담을 줄여주고 차상위 장애인연금, 차상위장애수당 등 포괄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빈곤 추락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번 종합계획 수립으로 모든 국민이 빈곤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면서 “3년간 차질 없는 시행을 통해 문 어르신과 같은 빈곤 사각지대를 획기적으로 해소하고 모든 국민의 기본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종도 기자 jdch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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