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난민에서 아랍권 최고 스타로
가난한 난민에서 아랍권 최고 스타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8.18 13:48
  • 호수 5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

2013년 ‘아랍 아이돌’서 우승한 ‘아사프’의 감동 실화

국내 가요계의 ‘워너 원’(Wanna One) 열풍이 불고 있다. 무명의 연습생이었거나 데뷔했지만 부진한 인기로 유명세를 타지 못했던 남자 가수 100여명이 참여한 Mnet 오디션 ‘프로듀서101 시즌2’를 통해 탄생한 그룹이다. 최근 데뷔 앨범이 선주문만 52만장을 기록하고 3만원대 쇼콘(쇼케이스+콘서트) 티켓 값이 200만원까지 치솟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이다. 한 번의 오디션으로 ‘인생역전’을 한 것이다.
극장가에선 이들보다 앞서 인생역전을 거둔 한 가수의 실제 스토리를 그린 영화 한 편이 개봉됐다. 화제의 작품은 팔레스타인 난민에서 아랍권의 스타가 된 ‘무함마드 아사프’의 실화를 각색한 영화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이다(사진). 무함마드는 2013년 오디션 프로그램 ‘아랍 아이돌’에 출연해 팔레스타인계 최초로 우승, 현재까지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작품은 끝나지 않는 전쟁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시작된다. 2005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함마드와 그의 누나 노우르는 또래 친구들을 모아 놓고 노래를 들려준다. 그들의 노래에 감동하는 아이들과 달리 오랜 전쟁으로 지친 어른들은 무함마드 남매를 곱게 보지 않는다. 심지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데 무슨 노래냐”며 물을 끼얹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감미로운 목소리를 지닌 무함마드와 동생의 노래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어 기타를 치기 시작한 노우르는 “유명해져서 세상을 바꿔보자”며 서로를 격려한다. 어려움 속에서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 악기를 사 이집트 카이로의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 서는 꿈을 키워가지만 노우르에게 비극이 닥치고 꿈마저 좌초할 위기에 처한다.
시간은 2013년으로 흘러 어느덧 청년이 된 무함마드는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택시기사로 생계를 이어 나간다. 우연히 그는 중동 지역에 열풍을 일으킨 오디션 프로그램 ‘아랍 아이돌’의 지역 예선이 카이로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는다.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선 위험을 무릅쓰고 봉쇄된 국경을 넘어야 했다. 오랜 고민 끝에 무함마드는 누나와 자신의 못다한 꿈을 이루기 위해 기나긴 여정에 오른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시가지의 모습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국경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감옥을 연상케 한다. 이런 암울한 현실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꿈을 향해 나아가는 무함마드의 노래는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희망찬가로 다가선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배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어린 무함마드를 연기한 ‘카이스 아타라’와 누나 노우르를 연기한 ‘히바 아타라’는 순수함이 배어 있는 자연스런 연기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과 함께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