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민원서비스의 진화…경로당서 화상으로 복지상담
지자체 민원서비스의 진화…경로당서 화상으로 복지상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8.25 10:44
  • 호수 5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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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경로당 등에 영상복지상담센터 설치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 거주하는 이재근(75) 어르신은 얼마 전까지 기초연금을 받지 못했다. 은퇴 후 재취업으로 번 소득이 기초연금법의 수급 기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최근 직장을 그만둔 그는 3년 만에야 기초연금을 신청했다. 다만 방법이 조금 달랐다. 행정기관을 방문하는 대신 반여동 신동아아파트경로당을 찾은 것이다. 그는 경로당 안에 설치된 ‘지능형 영상복지상담센터’(이하 영상상담센터)를 통해 단숨에 서류작성부터 신청까지 완료했다. 이 어르신은 “주민등록등본 등 행정서류 출력서비스도 점차적으로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이 ‘지능형 영상복지상담센터’를 통해 주민센터 직원에게 상담을 받는 모습.

기초연금 신청도 손쉽게…동작구는 민원도우미 배치

최근 시청, 주민센터 등 행정기관이 민원을 처리하기 힘든 노인 등을 위해 색다른 행정서비스를 실시해 주목받고 있다. 경로당 내 상담센터를 설치하거나 어르신도우미를 고용해 서류작성을 쉽게 하도록 한 것이다.
먼저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는 전국 최초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원격 상담이 가능한 영상상담센터를 신동아아파트 경로당과 반여1동 43번 버스종점에 설치했다. 경로당에는 실내형 상담설비를, 버스종점에는 폐 공중전화부스를 이용한 상담설비를 각각 들여놓았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행정기관에서 멀리 떨어진 주민이 행정복지센터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가까운 경로당이나 집에서 가까운 대중시설에서 복지담당 직원을 호출, 복지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기초연금, 장애인서비스수당, 수급자 상담, 보육·양육·다자녀 가정 서비스 등 모든 복지상담을 받을 수 있다.
영상상담센터의 이용법도 간단하다. 행정복지센터 직원의 등신대(사람의 크기와 같은 그림) 앞 스위치를 누르면 담당 직원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상담 요청이 간다. 이후 직원이 상담을 수락하면 대화를 할 수 있다.
주민의 말은 카메라에 달린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전달된다. 동사무소 직원은 주민의 얼굴을 보지만 주민은 동사무소 직원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주민이 얼굴을 보면서 상담하는 것을 꺼려서 일부러 모니터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동사무소 직원이 외출을 나가더라도 휴대전화 앱을 통해 주민과 상담할 수가 있다.
대화를 통해 복지 수급 대상자라고 판단되면 동사무소 직원은 등신대 옆의 서류함 속에 있는 서류 가운데 필요한 것을 안내하고 서류 작성을 도와준다. 서류는 평일 오후 5시 동사무소 직원이 수거해 처리한다. 상자는 자물쇠가 있어서 열쇠가 없으면 서류를 볼 수가 없다. 동사무소 직원이 가져간 서류가 심사에서 통과되면 서류를 신청한 주민에게 결과를 알려준다.
특히 대당 10만원 미만의 CCTV를 사용해 비용 부담이 적고 다중이용시설의 작은 공간 등 어디에도 설치가 가능하기 대문에 해운대구는 점차적으로 영상상담센터를 확대할 예정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노인들이 복지서비스를 받으러 멀리 떨어진 행정기관을 방문했다가 대상이 아니어서 헛걸음하지 않아도 된다”며 “경로당에는 실내형 시스템을, 주민 왕래가 잦은 약수터와 공원 등에는 폐 공중전화부스를 활용한 시설을 확대 설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서류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을 위해 1대1로 작성을 도울 수 있게 어르신 민원도우미를 배치하는 곳도 있다. 서울 동작구는 오는 9월부터 65세 이상 민원도우미 60명을 관내 15개 동주민센터에 배치한다.
민원도우미의 주요 역할은 동주민센터 방문 주민들의 민원신청을 돕는 일이다. 등·초본 교부신청, 전입신고, 출생신고 등 민원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서식 작성방법을 안내해 불편을 줄여준다.
선발된 어르신 민원도우미는 하루 3시간씩 월 10일 근무하게 된다. 동별로 배치된 4명의 어르신이 격일로 오전·오후 나누어 3시간씩 근무하는 셈이다. 급여조건은 동작구 생활임금(시급8197원) 보다 높은 시급 9000원이 적용돼 월 27만원을 받을 수 있다. 상해보험도 보장된다. 민원처리에 불편함을 겪는 노인들을 도우며 노인일자리의 취지를 살린 것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어르신들의 생활안정과 사회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저소득 독거노인의 각종 민원처리를 돕기 위해 찾아가는 전담기동대를 운영하는 지자체도 있다. 통영시는 저소득층 및 독거노인세대의 생활민원 처리, 고충상담과 불편사항 개선을 위한 ‘120민원기동대’(이하 기동대)를 운영하며 호평받고 있다.
읍·면·동 15개 120민원기동대와 통영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활민원처리전담 120민원기동대 1개 팀으로 구성된 ‘기동대’는 전기·보일러 수리, 상·하수도 점검 등 주거환경 개선 서비스와 말벗, 고충상담 등의 정서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절차도 간단하다. 읍‧면‧동 주민센터로 전화(혹은 방문)를 걸기만 하면 된다. 이로 인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취약계층 290세대를 대상으로 600여 건의 생활민원을 처리했다. 또 폭염과 장마로 인해 피해 입은 세대를 순찰을 통해 발굴‧지원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혼자 해결하기 힘든 취약계층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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