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불경기
공기 좋고
전망 훤한
빈방 ‘강추’
입주자
맞춤 할인 가능
김규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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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마침 공기 좋고 물 좋은 숲속 나무그늘에 빈방이 났군요. 단칸방이라도 비바람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여름은 어찌어찌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겨울이 닥치면 어떡해야 하나요. 얇은 홑이불 같은 저 바람벽으로 칼끝보다 더 추운 눈보라가 들이치기라도 하면 식구들을 끌고 어디로 가야 할까요.
불경기가 계속되어도 부자들은 걱정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집을 팔아 전세로 가고, 전세 살던 사람들은 월세로 옮겨가고 그 마저도 안 되는 사람들은 쪽방으로 밀려나 가난은 계속해서 대물림되지요. 여름 한 철 지쳐 울던 매미소리도 어느 사이 잦아들고 밤이면 풀벌레소리 요란한 가을의 초입입니다. 밤이면 이불을 끌어다 덮어야 할 정도로 선선합니다. 하지만 곧 겨울이 닥치겠지요.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은 더 힘들어지겠군요. 오늘 밤 쉬 잠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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