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못 볼 정치인들의 돈 잔치”
“눈 뜨고 못 볼 정치인들의 돈 잔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8.25 13:14
  • 호수 5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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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혈세가 허투루, 비합리적으로 쓰이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선거보조금이다. 이 돈이 비정상적으로 쓰이는 과정을 알게 된다면 누구나 분노‧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선거보조금은 선거관리위원회가 국고에서 선거를 치르는 정당에 지원하는 돈이다.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23억원을, 자유한국당은 119억원, 국민의당은 86억원을 각각 받아썼다. 여기까지는 눈 감아줄만 하다. 그런데 문제는 선거보조금을 주고 나서도 또 다시 준만큼의 선거보조금을 내어주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민주당은 선거가 끝나고 정산 후 선관위로부터 새로 131억원을 타갔다. 이중 보전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선거보조금으로 총 254억원(123억+131억)을 가져간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103억원을 새로 받아갔고, 국민의당도 새로 87억원을 받아갔다. 이렇게 해서 3당이 다시 받은 돈 총액이 무려 321억원이다. 이 돈은 누가 봐도 분명히 주어서는 안 될 돈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하나의 항목에 ‘더블 지급’이다. 아무리 이해하려 애를 써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경로당을 예로 들어보자. 한 경로당에서 경로당냉난방비 100만원을 받았다. 유난히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조금 더 틀었더니 전기료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경로당냉난방비가 20만원 초과돼 120만원을 썼다. 경로당에서 정산 보고를 하자 복지부가 새로 120만원을 내려 보냈다. 이것은 ‘천당의 경로당’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지금 ‘천당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뿐이 아니다. 선거보조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게 되면 분노‧좌절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다. 선거보조금이 명절떡값, 퇴직금, TV시청료 등 원래의 취지와는 전혀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어서다. 국가는 정당 운영비라고 경상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위의 비용은 마땅히 경상보조금에서 지출해야 할 것들이다.
민주당은 연간 120억원의 경상보조금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14일에도 3개월치 경상보조금으로 30억8384만원을 지급 받았다. 민주당의 선거보조금 지출 내역서를 보면 4월분 당직자 인건비 4억776만원을 결제했다. 3월 당직자 인건비 4억3087만원, 1월 당직자 급여는 물론 명절상여금 등 6억9119만원과 당직자 퇴직연금 적립금 3886만원도 선거보조금에서 나갔다.
민주당은 또한 1월 중앙당사 임대료‧관리비 4588만원, 당직자 4대 보험료 2769만원도 선거보조금으로 냈다. 심지어 중앙당 케이블TV 시청료 12만 3000원도 선거보조금으로 납부했다.
민주당이 선거보조금으로 지출한 인건비(15억6871만원)와 사무소 운영비(3억3978만원), 조직활동비(2067만원) 등을 합하면 19억2916만원에 이른다.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선관위가 선거보조금을 지급한 지 이틀 뒤인 4월 21일 중앙당 사무처 직원 급여 3억3526만원을 선거보조금으로 지출했다. 1월 31일엔 지난해 총선 보조금으로 받은 돈으로 한국당사 임차료 등 1억4938만원을 냈고, 3월 14일에는 책장 구입(146만원), 사무실 재배치 공사비(165만원) 등을 선거보조금으로 사용했다. 경상보조금으로 지출해야 할 돈을 선거보조금으로 쓴 총액은 27억여원이나 된다.
세상에 악인들만 있는 건 아니듯이 국민의당은 두 정당과 다르게 선거보조금 전액을 선거비용으로 사용했다.
경로당 회장들과 얘기하다보면 경로당냉난방비 중 남은 유류대를 반납하지 않고 간식비‧수리비로 쓰게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간혹 가다 듣는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경로당이 모자란 실정이지만…. 그렇다고 많아봤자 20만~40만원이다. 노인들에겐 이 정도의 푼돈(?)도 함부로 하지 못하게 재갈을 물려놓은 반면 정치인들은 수억원대의 돈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나라가 공평‧정의롭지 못해서다. 정치인들은 돈 잔치하고 노인은 돈 고통 받는 부조리한 현실이 하루속히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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