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불치병이 아니다
치매는 불치병이 아니다
  • 김상윤 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 승인 2017.08.25 13:19
  • 호수 5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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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27>

퇴행성 뇌질환, 뇌혈관치매 등이 원인 질환
행동치료와 인지치료 병행해 치매 치료 가능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병은 ‘암’이었다. 불치병인 암에 걸리면 죽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장년층에게 가장 두려운 병이 무엇이냐 물으면 대부분 ‘치매’를 꼽는다. 죽기 전까지는 절대 낫지 않고, 정작 당사자는 기억을 잃어 창피함조차 모르며 그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들을 고통에 빠트리는 병이기 때문이다. 정말 치매는 죽기 전까지는 고칠 수 없는 난치병일까?
60대 중반인 김분실(가명)씨는 요즘 들어 깜박하는 일이 잦아졌다. 가스레인지 불을 켜둔 걸 잊는 바람에 여러 개의 냄비와 주전자를 새까맣게 태웠고, 지갑이며 휴대전화를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매일 찾곤 했다. 그러다 문득 혹시 치매 초기 증상은 아닌가 싶어 걱정됐지만 자식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조차 두려워 혼자 끙끙 앓았다.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건망증을 경험한다. 김씨처럼 건망증 횟수가 증가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매 전조 증상이 아닐까 걱정한다. 그러나 단순한 건망증과 치매에 의한 병적인 기억장애는 차이점이 있다. 건망증은 주로 사소한 내용을 잊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교적 잘 기억한다. 하지만 초기 치매의 기억장애는 중요한 사건들, 특히 최근 사건을 주로 잊는다.
예를 들면 건망증이 있는 사람은 옛 친구의 이름이 갑자기 기억 안 나거나, 예전에 잘 알고 있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으며,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또한 약속을 하고서 깜박 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증상은 대부분 건망증이다.
반면, 치매는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얼마 전까지 매일 하던 일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또한 제 위치에 놓아 둔 물건을 찾지 못하기도 하고, 약속을 하고는 약속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는 사소한 내용과 중요한 내용 모두를 잊는 경우가 많아 사회생활이나 직업활동에 문제가 된다. 또한 치매환자들은 힌트를 줘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건망증과 치매의 증상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건망증은 기억 속에 있는 것을 다시 꺼내는 데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며, 치매는 받아들인 정보를 뇌 속에 입력하는 과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매인지 건망증인지 불분명하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질환은 100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흔한 원인은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다. 기억력뿐만 아니라 언어능력, 판단력 등 모든 일상생활의 기능이 점차 저하되는 병으로, 병이 진행되면 환자의 성격이 바뀌면서 초조해하기도 하고 우울증이나 환각, 망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다른 원인질환으로는 뇌혈관치매가 있다. 뇌혈관치매는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등의 뇌혈관질환으로 뇌 조직이 손상되면서 뇌기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치매이다. 대개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서서히 시작돼 점차 진행되는 데 반해 뇌혈관치매는 갑자기 시작돼 계단식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보통 약물치료로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동시에 행동치료나 인지치료 등을 병행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매라는 진단을 받고 나면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다. 치매가 불치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매는 불치병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이며, 치료를 통해 조절이 가능한 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보호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이상행동이나 심리증상은 적절한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비교적 잘 조절된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 질환이 의심되는 초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진행되면 환자 자신과 보호자의 부담이 경감돼 노년의 생활을 보다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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