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 56세 전통시장, 청년 유입으로 회춘하나
평균연령 56세 전통시장, 청년 유입으로 회춘하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9.01 11:01
  • 호수 5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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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 2015년부터 전통시장 살리기 청년 창업지원

지난 8월 27일, 경기 의정부 제일시장은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장 지하에 마련된 ‘청년곱창타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청년 10명이 수개월간의 교육과 레시피 개발 끝에 탄생한, 각자의 색깔이 담긴 돼지곱창 요리를 앞세워 조성된 이곳은 개장 1년 만에 의정부 명물로 자리잡았다. 곱창집을 운영하는 이보민(31) 씨는 “취업난에 꿈을 잃은 청년에게는 기회를 주고 시장 역시 활력을 찾아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상인들의 고령화로 골머리를 앓던 전통시장이 최근 청년상인 영입을 통해 돌파구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인현시장에서 청년상인과 기존상인이 나란히 영업을 하는 모습.

의정부 제일시장, 곱창타운으로 인기… 서울 인현시장은 ‘공방’ 바람
20~40대 입맛 맞춘 품목 내세워… 일부는 준비부족으로 실패하기도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상인들의 고령화로 위기를 맞는 전통시장들이 최근 청년상인들을 영입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일부 시장의 경우 청년들이 유입된 이후 이전보다 활기를 띠면서 대형마트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도 갖춰가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전통시장 상인들의 평균연령은 56세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 됐다. 이로 인해 고령상인 위주의 시장은 1~2인 가구 중심으로 가족 형태로 급속하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주 소비층인 20~40대를 공략하기엔 힘이 부친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청년상인들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들이 파는 품목이 대부분 걸어 다니며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나 간식류, 포장 음식 등으로 젊은 세대 식생활을 공략하는 것들로 이뤄져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중소기업청의 ‘청년상인 창업지원’도 한몫했다. 창업비용의 일부와 월세 등을 지원하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을 가진 청년들의 이목을 끈 것이다. 2015년 첫 해 사업 때 전국 총 20개 시장, 218개 점포를 지원했고 현재 78%의 점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에도 서울 명일전통시장, 남대문시장, 수유시장, 뚝도시장, 대림시장, 부산 용호삼성시장, 대구 서부시장, 경기 과천새서울프라자, 강원 속초관광수산시장, 전남 영광매일시장, 경북 황금시장, 경남 양산남부시장 등 시장 16곳, 137개 점포를 선정해 시장 회춘을 지원하고 있다.
의정부 제일시장은 타 시장과 달리 20~30대가 좋아하는 ‘곱창’을 선정해 타운을 조성한 것이 주효했다. 만 20세~39세를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평가를 걸친 뒤 창업 기본 교육과 체험점포 운영을 통해 선발된 청년상인 10명은 지난해 4월 의정부 제일시장에 정식 입점했다. ‘곱닭’, ‘곱창맨이야’, ‘청춘that-길’, ‘막내곱창’ 등 통통 튀는 이름을 내세우면서 초반 시선몰이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인현시장에 입점한 청년 상인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내세웠다. 수십년간 영업해온 기존 100여개의 점포 사이로 비집고 들어서며 침체된 시장에 신선함을 일으켰다. 가죽제품을 제작‧판매하는 공방 ‘MKLeather’, 캘리그라피 작품과 수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따뜻한 봄꽃’, 일러스트를 활용한 매거진과 디자인상품을 제작 판매하는 ‘래빗온’, 은으로 만든 엑세서리 제작판매 공방을 운영하는 ‘바스타드 키드’, 퓨젼안주와 호프가 한데 어우러진 ‘서울털보’, 닭강정과 수제탄산음료를 포장판매하는 ‘청춘강정’ 등 이색적이고 다양한 업종이 하나둘씩 자리했다.
이중 ‘서울털보’는 벌써부터 안주가 맛있는 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대표상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이관호(31) 씨의 외면과 어우러지면서 인현시장의 명물이 됐다. 인근 동국대 학생들부터 인근 회사에 근무하는 샐러리맨까지 폭넓은 손님을 확보했다. 이 씨는 “지속적으로 메뉴를 개발해 좀더 다양한 손님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곳들이 걸음마 단계인 반면 이미 성공한 사례도 있다. 광주 1913송정역시장이 대표적이다. 하루 1만2000명이 이용하는 KTX 광주송정역 앞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타고난 이 시장은 지난해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로 전국적인 명소로 거듭났다. 이전 34.5%에 달하던 공실율은 8월 현재 3% 이하로 감소했고 상인 평균연령은 62세에서 47세로 훌쩍 젊어졌다. 하루에 200명에 불과했던 고객수는 평균 4000명으로 증가했고 주말에는 6000명에 달한다.
다만 장밋빛 미래만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대전에 위치한 두 곳의 시장에서도 각각 10곳의 청년상인이 점포를 냈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사업을 시행하고, 기존 상인들과의 갈등, 그리고 임대료와 홍보비용만 지원하고 사후관리를 해주지 않아 못 버티고 떠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 1년차 생존율이 소상공인 전체 생존율(62.4%, 통계청 자료) 보다 15%p 높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은 청년상인들의 생존율이 월등히 높은 편이어서 성패를 논하긴 이르다”면서 “실패 사례 분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사진=조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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