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자는 제법 영화 흥행 스코어를 잘 맞추는 편이다. 입증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개봉 첫 주 동원기록만 보면 대략 최종 입장객수를 맞춘다. 논란의 영화 ‘군함도’는 600~700만에 그칠 것이고 ‘택시운전사’는 어렵지 않게 1000만 관객을 넘길 것으로 여겼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이런 능력 아닌 능력을 갖추게 된 이유는 본지에서 일하면서부터다.
노인 독자들이 즐겨볼 만한 영화는 그리 많이 개봉하지 않는다.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웅물도 즐겨보지 않고,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액션영화, 그리고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영화도 그들의 취향이 아니다.
흥행을 목표로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들이 20~40대를 주 타깃으로 한 작품을 만들다보니 앞서 나열한 영화들이 압도적으로 많고 노인 취향 영화는 가뭄에 콩나듯 개봉한다. 이런 영화들이 흥행력이 떨어지다 보니 개봉관을 구하기도 힘들고 결국 제작편수 역시 계속 감소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 전 세대가 봐도 무방한 작품들이 개봉한다. 노인들의 취향과 청장년층의 취향이 적절히 녹아든 작품이 그것이다. 이러한 작품은 대부분 1000만명을 넘기거나 그의 육박하는 스코어를 기록했다. ‘아바타’, ‘어벤져스2’, ‘겨울왕국’ 등 외화를 제외한 한국영화로 10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작품(‘명량’, ‘국제시장’, ‘암살’ 등)은 대부분 그랬다.
20~40대가 아무리 구매력이 뛰어나도 인구수가 많지 않아 이들의 취향만 고려해서 제작한 영화는 500~600만명이 한계다. 50대 이상을 극장에 불러들일 수 있는 요소를 가미해야만 1000만명에 도달할 수 있다. 영화 완성도가 뛰어나고 명작이라 해도 고령층이 외면하는 요소로 가득하다면 중박에 그치고 만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올해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 중 1000만명을 기대해볼 수 있는 작품은 김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남한산성’ 밖에 없다. 배우의 연기력과 완성도를 확인하지 않아 속단할 수 없지만, 20~40대가 선호하는 배우들이 출연하고 50대 이상이 좋아하는 역사물이라는 점, 그리고 추석 대목에 개봉한다는 점 때문에 무난하게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부유하다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노인층으로 편입될수록 노인의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옛말이 될 것이다. 유통업계에선 이미 시니어시장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고 관련 시장도 매년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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