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핵실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북의 핵실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9.08 13:22
  • 호수 5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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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관련해 늘 이런 의문을 갖는다. 김정은은 어떻게 그 빠른 시간 내에 핵무기를 완성했나. 유엔안보리가 2270호, 2371호 등 번호를 바꿔가며 대북 제재 결의를 높여도 북한의 경제사정은 왜 나빠지지 않고 오히려 나아졌나. 중국은 어찌하여 송유관을 잠그라고 압박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나.

해답은 미‧중‧일 3개국의 군사적‧지정학적 역학관계에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일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지배력, 무역, 영토 문제 등이 걸려 있어서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자국의 이득을 취하는데 북을 이용하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북을 칠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중국이 6자 회담을 들고 나왔다.

북한이 빠른 시일에 핵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중‧러의 기술적‧경제적 지원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 스파이가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설계도를 훔치다 붙잡히는 장면이 TV 뉴스에 비치기도 했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이다. 물속에서 미사일을 쏘아대는 것서부터 탄두의 소량화에 이르기까지 핵심 기술은 이들 나라에서 흘러나갔을 것이라고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초기단계부터 최근의 수소폭탄 실험까지 전 과정에 중국이 참여했을 것으로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제임스 울시 전 CIA국장이 의회 보고서를 통해 “김정은이 자랑하는 핵 EMP(전자기 펄스)의 개발을 도운 것도 러시아였다”고 밝힌 것이 그런 추측을 뒷받침 한다. EMP는 핵무기 폭발 때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기파로 지상의 전자기기 내부 회로를 태우는 무기이다. 단 한 방으로 현대 문명을 순식간에 석기시대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은 미비하다. 하나는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 금지, 다른 하나는 독자 제재인 세컨더리 보이컷(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 기업‧개인 제재)이다. 중국은 북에게 최소한의 살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며 송유관을 잠그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러시아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연간 약 100만 톤의 원유를 북에 공급하는데 이 중 절반이 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세기에 이렇게 탄탄한 젖줄을 물고 있는 국가는 북한 외에는 없다.

세컨더리 보이컷도 말만 근사할 뿐이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컷은 중국을 향한 것이지만 북한과 교역하는 나라는 중국(24억 달러) 외에도 여러 국가가 있다. 러시아(604만 달러), 인도(2269만 달러), 태국(698만 달러) 등이다. 이들 나라들과도 교역을 중단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막을 해법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전쟁 ▷핵 포기 ▷대화와 타협이다. 김정은의 핵물질과 핵시설, 핵폭탄과 핵미사일을 군사적 수단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방식이다. 그러나 북의 핵시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의 무기체계가 제 아무리 발달됐다고 하더라도 북이 반격할 시간을 주지 않고 핵시설을 파괴하기는 어렵다. 또, 미국이 무력을 쓰면 중국이 개입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김정은은 생존과 체제 유지를 위해 경제를 희생하며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그에게 핵 포기는 자살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묵살하고 비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언가. 남북한 문제를 20여년 연구해온 돈 헬만 워싱턴주립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쏘아대는 한 가지 이유는 정권 유지이며, 단지 ‘우리는 할 수 있다’를 보여주려는 것이지 절대 핵폭탄을 쓰지는 않는다”며 “국제 사회는 북한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김정은에게 레임 체인지(정권 교체)는 없다는 약속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종전을 선언해 70여년 끌고 온 휴전 상황을 종료해야 한다. 남과 북은 국경을 접한 두 나라임을 전 세계에 알리고 북한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북의 일촉즉발 핵 대치 상황이 일단 진정된 후 냉정하게 돈 헬만 교수의 말을 곱씹어볼 만하다. 그리고 남북통일은 그 이후에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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