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혹당한 사람들’…한 군인을 차지하려는 7인의 여성들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한 군인을 차지하려는 7인의 여성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9.08 13:53
  • 호수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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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우드 출연작 리메이크… 욕망과 질투심 잘 표현

누구나 한 번쯤은 매력적인 이성들에게 둘러싸인 상상을 한다. 더군다나 그들이 모두 자신만을 바라본다면, 자신을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인다면 더 흐뭇할 것이다. 하지만 이성들의 욕망이 지나치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대로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줄 영화 한 편이 9월 7일 개봉했다. 한 군인을 두고 7명의 여성이 표출하는 욕망과 질투심을 그린 ‘매혹당한 사람들’ 이야기다.
작품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기숙학교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진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4년 미국 남부의 한 외딴 마을. 버섯을 따러 나간 소녀 ‘에이미’는 다리를 다쳐 피 흘리고 있는 북부군 탈영병 ‘존’을 발견하고 그를 부축해 자신이 머무는 여자 신학교로 데려온다.
여자 신학교는 전쟁 통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여학생들과 교사인 에드위나 모로우, 원장인 마사 등 7명의 여성이 함께 지내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고립된 채 지루하고 답답한 생활을 이어가던 여성만의 공간에 남성이 들어오면서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 예의 바르고 매력적인 젊은 존으로 인해 오랜 시간 정절을 강요당했던 여성들의 억눌렸던 욕망이 서서히 깨어난다.
여기에 생존을 위해 이들의 질투심을 교묘히 이용하는 존의 행동으로 인해 여성들의 욕망은 서로 부딪히며 평화롭고 질서 있던 관계를 서서히 붕괴시킨다.
작품은 1966년 발표된 토마스 J. 칼리넌의 동명 소설과 이를 바탕으로 1971년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주연으로 내세웠던 영화를 참조해 만들어졌다. 1971년 작품이 남성 중심의 시각으로 전개된 것에 반해 이번에는 철저히 여성의 관점에서 그려진다.
적군이라는 것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존으로 인해 여성들의 감정은 두려움에서 동정심으로 다시 호기심을 거쳐 성적 욕망으로 변해간다. 여성들은 존이 머무는 방을 돌아가며 기웃거리고, 온갖 핑계를 대며 그와 대화를 시도한다. 심지어 존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를 위해 원장부터 10대 막내까지 코르셋을 졸라매고 가장 예쁜 드레스를 꺼내 입으며 치장한다. 속내가 빤히 들여다보이는 유치한 행동과 대사들은 웃음을 짓게 한다.
여성감독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는 아슬아슬한 감정의 변화를 밀도 있게 담아냈다.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배제하면서도 여성들의 미묘한 심리와 관능미를 충분히 유지한다. 코폴라 감독은 이 영화로 올해 열린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대부’의 명감독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19세기를 재현한 고딕풍의 공간·의상·소품 등과 니콜 키드먼, 커스틴 던스트, 엘르 페닝 등 배우들의 호연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한바탕 소동이 끝난 뒤에 언제 그랬냐는 듯 본래 질서정연한 상태로 돌아가 평화롭게 모여 앉은 여성들을 비추는 마지막 장면이 유독 섬뜩하게 다가온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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