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고령친화마을’ 조성사업, 서울시는 상점 환경 개선, 경기도는 일자리 늘려
닻 올린 ‘고령친화마을’ 조성사업, 서울시는 상점 환경 개선, 경기도는 일자리 늘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9.15 10:37
  • 호수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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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성대시장, 은평구 신응암시장, 종로구 락희‧송해거리 등

지난해 5월부터 서울 종로3가역 5번 출구 앞에서 종로2가 육의전 빌딩까지 이어지는 약 240m 거리에 새 이름이 붙은 송해길. 종로구 낙원동에 ‘연예인 상록회’라는 사무실을 열고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한 유명 MC 송해(90)의 이름을 땄다. 이 송해길이 어느새 노인들의 대표 명소로 자리잡았다. 길가 상점엔 고령 손님들로 가득했다. 다만 글씨가 작은 메뉴판과 청년 위주로 설계된 상점내부는 이용에 걸림돌이 됐다. 이런 송해길이 또한번 탈바꿈한다. 서울시와 상점, 그리고 주민들이 참여해 고령친화마을 조성에 나선 것이다. 이곳에서 30년간 이발소를 운영해온 김창환(65) 씨는 “주 고객인 노인들이 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서울을 비롯해 부산, 광주, 경기 등에서 노인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는 일명 ‘고령친화마을’을 조성하고 나서면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법도 다양하다. 전통시장을 고령자 중심으로 꾸민다거나 대규모 공사를 통해 노인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거나 일자리를 늘리는 등 지역 실정에 맞게 마을을 꾸밀 예정이다.

성남시에 카네이션 마을 조성… 공동작업장 만들고 노인 취업 알선
광주 서구, 노후화된 양동시장 인근 주거환경 바꾸고 자생력 키워

▲ 서울시, 경기도 등이 최근 ‘고령친화마을’ 조성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어르신들이 받을 수 있는 각종 혜택을 표시한 표지판(사진 위)과 노인 친화적인 간판(아래)을 설치해 호평받은 락희거리를 모델로 삼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조준우 기자

먼저 서울시는 동작구 성대시장, 은평구 신응암시장, 종로구 락희‧송해거리 등 3곳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해 고령친화마을로 조성한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12월 조성돼 호평받은 락희거리를 모델로 삼아 지역 내 상점 중심으로 노인 친화적으로 꾸며 나갈 예정이다. 사업지의 3분의 1인 118개 상점의 동의를 얻어 상점 출입구 턱을 없애고 돋보기, 지팡이 거치대를 비치할 예정이다. 쇼핑하다가 잠시 쉴 수 있는 의자도 놓인다. 가격표 글자 크기를 키우고 식당 테이블에는 지팡이 거치대와 돋보기를 설치한다. 인근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속도는 늦추고 지하철 노선 안내도와 지도 크기는 키운다. 서울시는 예산 4억1000여만원을 책정해 사업 참여 상점을 지원한다.
상점 구조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무료 컨설팅도 해 준다. 민간기관인 (사)50플러스코리안, (사)생활환경디자인연구소 등을 통해 상점 업주 및 종업원을 대상으로 서비스‧태도 등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 또 물건과 상품의 재배치 및 상점 내 이동동선 등의 컨설팅과 함께 어르신 친화 디자인을 개발해 시범적용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지금까지 살던 곳에서 소비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모든 세대에게도 편리한 상점으로 탈바꿈시켜 지역을 활성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고령친화마을을 조성한다. 경기도는 지난 7월 공모를 통해 시범사업지로 성남시를 선정하고 오는 10월부터 ‘카네이션마을’을 운영한다. 카네이션마을은 노인이용시설과 연계해 구직 희망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 안전한 주거환경 조성, 재능기부 확산, 여가·건강 관리시스템 구축 등이 핵심이다.
우선 노인복지관에 ‘노노잡(老老JOB)센터’를 설치해 일자리 90개를 창출한다. 노인 5명을 노노 취업 알선 인력으로 활용해 취업 알선 및 정보 제공, 일자리 DB 구축, 취업상황 관리와 함께 구직 희망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연계해 준다. 시니어클럽에는 공동작업장 4개소를 설치해 노인들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지역 기업과 경로당 간 업무협약을 통해 기업체는 부품조립 등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제공하고 경로당은 물품 제조와 납품을 지원한다.
바리스타·조리사 등 기술자격증 소지 노인들의 전문직종 창업도 지원한다. 자활사업단에서는 노인 낙상방지 등 주거환경 개선을 추진한다. 저소득 30가구에 안전 손잡이(안전 바)와 화장실 미끄럼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노인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주차하도록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에 어르신 우선주차장 50면을 설치한다. 내년에 추가적으로 1개 권역을 늘리고 2019년에는 31개 전 시·군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업 효과를 검토해 노인들이 언제든 일할 수 있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카네이션 마을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 서구도 호남 최대 전통시장인 양동시장 주변의 낡은 시가지를 고령친화형 마을로 개선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다. 양동 20번지 일원 5만5686㎡에 2019년까지 국비 등 사업비 36억원을 투입해 쾌적한 주거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주 목적이다.
주민 절반이 노인일 정도로 고령화된 이곳은 집 10채 중 9채가 30년이 넘을 정도로 노후화됐고 공·폐가도 79채에 달한다. 과거 윤락업소가 밀집한 부정적 이미지 탓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서구는 지난해 11월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주민설명회, 설문조사, 마을활동가 교육 등을 통해 도시가스공급, 안전 및 기초생활위생 인프라 구축, 집수리 지원 등 세부계획을 세워 8월부터 시행에 나섰다. 또 공동텃밭 조성, 마을 기업 육성 등 주민참여형으로 진행해 자생력도 함께 키울 예정이다.
서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삶의 질 향상과 자생력 키우기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해 마을의 활기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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