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뼈
안개의 뼈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7.09.15 13:12
  • 호수 5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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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안개의 뼈

까마귀들이 모여들어
안개를 뜯어먹은 자리
뼈만 덩그러니 남았다

김영빈

**

놀랍다. 안개의 뼈라니! 그것도 까마귀가 뜯어먹고 남긴 것이라니! 대체 시인의 상상력은 어디까지가 한계일까. 한계가 있긴 할까. 맨 처음 실체도 없는 것들을 향해 질문과 의심을 던지면서 철학자가 지나가면 질문과 의심에 대한 답변을 찾아내 비틀고 쥐어짜는 문학가가 지나가고, 그 뒤를 따라오면서 과학자는 뭔가 구체적으로 생활에 쓰일 수 있는 걸 만들어낼 수 없나를 연구한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눈앞에 가져다 놓는 사람이 시인이다. 그러나 그건 생활에는 아무 쓸모가 없다. 하지만 뭔가 힐링이 된다. 그걸 발견하려면 늘 깨어있어야 하고, 정신이 맑아야 하고, 열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왔던 것도 순식간에 달아나버린다. 우리는 그걸 시적 영감(詩的 靈感)이라고 한다. 이 시인에게는 이런 시적 영감의 촉수가 매우 발달해 있다.
디카시는 보고, 찍고, 쓰는 것이다. 그건 한 순간에 일어난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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