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질환, 수술 여부는 그때그때 달라요
허리질환, 수술 여부는 그때그때 달라요
  • 김현정 서울시 시립동부병원 정형외과
  • 승인 2017.09.15 13:21
  • 호수 5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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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30>

한 여성 환자가 허리가 아프다며 진료실을 찾았다.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이 잘 어울릴 법한 스물다섯 살의 그녀는 얼마 전 CT 촬영으로 추간판 탈출증, 즉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금세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물었다.
“선생님, 꼭 수술을 받아야 하나요?” 의사들이 자주 받는 질문이지만 여전히 어려운 질문이다. 수학 방정식처럼 똑 떨어지는 정답이 있다면 좋겠지만 의학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같은 질병을 놓고도 의사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때로는 상반된 연구결과로 맞서기도 하며 나라마다, 지역마다 치료방법의 선호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더구나 의학의 대상인 ‘사람’은 각자 저마다 독특한 요소와 변수를 지닌 고유한 존재이기 때문에 획일화된 정답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의사는 환자의 개별적 상황에 맞춰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지 최선의 해답을 찾아갈 뿐이다. 그러려면 보다 면밀한 진찰이 필수적이다.
‘허리가 아프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모든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답은 없다. 하지만 대다수 의사들이 동의하고 통용되는 일반적인 지침은 있다. 요통의 원인으로 ‘척추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퇴행성 척추증’ 등 빈도가 높은 허리질환에 있어 수술을 선택하는 주요 지침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6주 내지 12주 이상의 보존적 치료를 받고도 증세가 호전 없이 지속될 때, 특히 돌출된 디스크나 좁아진 다른 구조물이 신경뿌리를 짓눌러 다리에 신경이상 징후나 걸음걸이 파행 등이 뚜렷이 나타날 때, 급성 마비 증세가 심각하게 나타날 때, 또는 통증의 정도와 장애가 참을 수 없이 심해서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줄 때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 말은 허리가 아픈 경우 6주에서 12주까지는 보존적 치료를 하며 증세를 살펴보라는 뜻이다. 여기서 보존적 치료란 수술이 아닌 약이나 주사, 물리치료와 운동치료, 마사지나 자세교육 등을 포괄하는 치료방법이다. 보존적 치료를 받으며 호전되는지 경과를 살펴보다가 이후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그때에 수술에 대해 고려하게 된다. 여기에서 ‘고려한다’라는 표현은 이런 증상들이 나타났다고 당장 수술을 결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때부터 비로소 수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상에 몸에 칼 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쩌다 수술 얘기라도 나오면 두려움에 가슴이 철렁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수술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려움과 고통은 있겠지만 한 번의 수술이 내 질병을 완전히, 그리고 완벽하게 고쳐주어 아프기 전 상태로 말짱하게 만들어 주리라는 환상 말이다.
분명 수술은 현대의학이 이룬 쾌거이자 우리를 질병과 장애에서 구해주는 마지막 밧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어찌됐든 수술이란 정상적인 신체구조를 파헤치는 과정이기 때문에 혜택과 동시에 반드시 감수해야 할 위험도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위에 어떤 내용의 수술이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는지, 수술방법 중에 다른 부가적인 것은 없는지, 기대되는 치료효과는 무엇인지,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는 지 등 수술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에게도 충분히 알려준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술을 받느냐 마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고민스런 얼굴로 병원을 찾는다. 반드시 받아야 하거나 또는 전혀 받을 필요가 없는 분명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수술받는 게 맞는 경우도 있고 수술 받지 않는 게 맞는 경우도 있다. 각자의 의료상황은 무조건적인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지극히 다양하고 개별적이므로 그때그때 의사와 상의해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김현정 / 서울시 시립동부병원 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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