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뇌 과학 전문가 조장희 박사, 30여년간 뇌 회로 연구
세계적인 뇌 과학 전문가 조장희 박사, 30여년간 뇌 회로 연구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9.15 13:24
  • 호수 5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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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하면 뇌 벌겋게 달아올라… 정직하게 살아야 해요”

CT보다 정교하고 신진대사까지 보는 PET 개발… 노벨상에 가장 근접
30여년간 뇌 회로 연구… “노인들, 정말 걱정해야 하는 건 뇌경색”

세계 최초로 PET(양전자단층촬영기)를 만들었고,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개발에도 관여한 세계적인 과학자 조장희(81) 박사. 40대 초반에 미 컬럼비아 대학 교수가 됐고 61세에 세계 석학들의 모임인 미국 학술원 정회원이 됐다. 한국인으로선 노벨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1990년부터 뇌 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그에게서 ‘뇌 연구의 성과와 치매에 걸리지 않는 예방법’ 등을 들었다.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란 무엇인가.
“방사선을 내뿜는 현상 중의 하나인 양전자 방출을 이용해 인체를 촬영하는 기기예요. 도넛과 같이 동그랗게 방사선검출기를 촘촘히 붙여 놓으면 스캐너를 이동시키지 않고도 인체 영상을 쉽게 찍을 수 있어요. 완성되는 날 제가 먼저 PET 안으로 들어갔어요. 마치 뢴트겐이 엑스선을 발견할 때 자신의 몸을 실험용으로 썼듯이 말이지요. 제 심장 사진이 나왔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PET는 모양만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신진대사까지도 보는 최초의 기기입니다. 지금은 MRI와 합쳐 쓰고 있어요.”
-PET는 MRI처럼 대중화가 안 됐다.
“촬영하는데 번거롭고 가격도 비쌉니다. 그렇지만 암은 MRI보다 몇배 선명히 나와요. S그룹 임원들은 정기적으로 PET를 찍는다고 해요.”
-어떻게 만들게 됐나.
“스웨덴 웁살라대학원의 핵물리연구소에서 10여년 연구생활을 하다가 1972년 미국으로 건너갔어요. 그 무렵 미국에서 반핵운동이 일어나면서 미 원자력위원회에서 핵물리를 평화적인 쪽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UCLA가 특히 의학에 관련한 연구그룹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영국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가 나왔어요. 새로운 아이디어였지요. 제가 UCLA에서 CT의 원리를 밝혀냈고 CT 개념을 이용해 1975년 PET를 만들게 됐지요. 3년간 납땜질하며 주말도 없이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PET 개발은 세계가 인정해주는 건가.
“그럼요. 내가 알아주는 만치 알아주지 않는 게 좀 그렇지만요.”
-무슨 말인가.
“워싱턴대학에서도 PET를 따로 개발 중이었어요. 그 사람은 명성도 높고 고위층에까지 인맥이 닿아 학계에서 그의 연구를 더 인정해주었어요. 그의 유명세에 동양인의 존재는 묻혀 버린 셈이지요.”
-PET로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있는가.
“노벨상은 정말 원천을 찾아가 거기에 주어지는 상입니다. 노벨상위원회가 PET에 대해서도 그런 작업을 한다면 찬스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 지난 9월 1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지회(지회장 조영재) 주최로 기흥구청에서 열린 뇌 강연에서 조장희 박사가 질문을 받고 있다.

조장희 박사는 우리나라의 학술원 회원이기도 했지만 외국에 오래 나가 있다는 이유로 학술원에서 회원 연장을 해주지 않아 현재는 아니다. 조장희 박사는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 학사, 석사를 마치고 국제원자력장학금으로 스웨덴 웁살라대학으로 갔다. 같은 대학원에서 응용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대,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지냈다. 2004년 귀국해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석학교수 및 소장을 지냈다. 현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특임연구위원이자 수원대 브레인바이오센터장으로 있다. 미국 학술원 회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이다. 제27회 학술원상, 제1회 한국공학상(대통령상) 등을 수상했다.

-뇌의 어떤 부분을 연구했나.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뇌경색 등을 진단하고 해명하는 연구를 했어요. 기억력이 나빠지는 게 알츠하이머인데 그건 현재로선 고칠 수 없어요. 나머지가 노화가 빨리 진행돼 기억이 나빠지는 것과 혈관이 막혀 뇌가 망가지는 것인데 내가 하려는 건 알츠하이머가 아닌 것을 증명하는 겁니다. 그걸 안다면 치료법이 있으니까요.”
-파킨슨병은 어떤가.
“뇌의 흑질이 없어지는 게 파킨슨병인데 그걸 발견했을 때는 70~80% 진행된 뒤라 이미 늦은 상태입니다. 빨리 발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사실 노인들이 가장 걱정해야 하는 건 뇌경색, 뇌출혈이에요. 죽거나 몸을 못 쓰게 되니까요.”
-뇌 연구는 어디까지 왔나.
“우리는 뇌를 너무 몰라요. 말을 어떻게 하는지, 인식을 어떻게 하는지 지금도 모릅니다. 인간은 언어가 전부에요. 언어가 있기 때문에 무한한 저장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려면 경인‧경부고속도로, 인천의 산업시설들의 위치와 가는 길을 알아야 하듯이 신경다발로 이루어진 우리 뇌를 알아야 해요. 신경을 알고 나면 인식을 알게 됩니다. 인식에도 의식적으로 아는 것과 무의식적으로 아는 것이 있어요. 아프다고 느끼는 건 무의식이고 우리가 미적분을 푸는 건 의식적으로 하는 겁니다. 그런 뇌 회로를 연구하고 있어요.”
-기억은 뇌의 어떤 부분에서 이루어지나.
“내가 20년 전 했던 질문이 바로 그거예요. 당시 아무도 모른다고 했어요. 우리가 알기엔 뇌에 1‧2‧3차 영역 그리고 고등뇌가 있어요. 2차를 ‘연합영역’이라고 하는데 어떤 소리가 들어오면 그곳에 저장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억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는 이유는.
“새로운 건 알지 못합니다. 인프라가 있어야 그 다음 새로운 것을 이해합니다. 인프라가 많을수록 이해가 빠릅니다. 이해가 빠르면 기억도 잘 해요. 기억에는 여러 단계가 있어요. 사람은 수만 가지 정보를 필터링해 자기가 공명한 것만 기억해요. 공명하는 장치를 ‘렉시콘’이라고 하는데 렉시콘은 배운 만큼 차이가 나요. 불어를 모르는 한국사람에게 불어로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어요.”
-노인이 되면 뇌가 어떻게 되나.
“뇌는 줄어들고 나빠져요. 80세가 되면 뇌 세포의 5%가 죽어요. 그보다 세포와 세포의 연결이 중요합니다. 나이 들어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면 그 연결이 더 많이 됩니다.”
-공부 열심히 하면 치매에 걸리지 않나.
“경로당에 나가 목적 없이 장기를 두면 도움이 안됩니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삶에 대한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합니다.”
-노인도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인가.
“제가 노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그것입니다. 아침에 집을 나와 버스‧지하철 타고 일터에 가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저녁에 피곤해진 몸으로 들어가 씻고 잠을 자는 일상생활을 이어가야 합니다. 은퇴한 사람 중에 다음날 죽는 이도 있어요.”
-뇌에 대한 재밌는 정보라면.
“흥미로운 건 뇌 과학적으로 봤을 때도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거짓말을 하면 뇌가 벌겋게 달아올라요. 뇌가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고 있기 때문이에요.”
조 박사는 “뇌를 들여다보면 감정이 차지하는 부분이 가장 크다. 사람들은 무슨 결정을 내릴 때 전적으로 감정에 의존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감정 조절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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