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 능행차 ‘창덕궁서 사도세자 묘까지' 원형 재현
정조대왕 능행차 ‘창덕궁서 사도세자 묘까지' 원형 재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9.15 13:34
  • 호수 58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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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24일, 서울~수원~화성 이르는 60km 행차
▲ 서울시와 경기 수원·화성시가 업무협약을 맺고 9월 23~24일 이틀간 서울~수원~화성에 이르는 정조대왕 능행차의 원형을 222년만에 복원한다. 사진은 지난해 능행차의 모습.

4391명과 말 690마리 동원… 출궁의식‧자객공방전 등 각종 볼거리 가득
한강이촌지구서 노들섬까지 배다리 설치… 시민들도 건너갈 수 있어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아내였던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이 책은 1795년 2월 9일부터 16일까지 성대하게 벌였던 행사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당시 정조는 사도세자가 묻힌 현륭원(융릉) 참배와 회갑연을 위해 서울 노량진 앞 한강에 배들을 잇대어 다리를 놓은 주교(舟橋)를 설치하고 100리 길을 이동해 화성행궁(華城行宮)에 도착, 8일 동안 잔치를 벌였다. 조선 600년 역사에 길이 남은 이벤트였다.
이 이벤트를 222년 만에 온전히 재현하는 행사가 열린다. 서울시와 경기 수원시·화성시는 오는 9월 23∼24일 ‘정조대왕 능행차’(이하 능행차)를 처음으로 전 구간에 걸쳐 선보인다. 1975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함께 사도세자의 묘까지 간 능행차를 재연하는 것이다.
서울 창덕궁을 출발해 시흥행궁에서 하루를 묵고 경기 안양과 지지대고개를 거쳐 수원화성까지 오는 조선 최대 왕실행렬이었던 능행차는 행렬의 너비와 길이만 각각 10~30m, 1~1.5㎞에 달했다.
능행차는 도성이나 경기도를 벗어나는 행차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많은 경비가 드는 행사였다. 정조는 왕위에 오르면서 사도세자의 권위를 되찾기 위해 1789년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을 조성한 후 매년 찾았다. 혜경궁 홍씨 회갑을 맞은 1795년에 열린 화성 행차는 더욱 특별했다. 정조는 화성 행차 당시 백성을 위해 쌀 지급과 민원 해결 등을 시행해 애민정신을 실천했다.
1996년 수원시가 일부 구간(8㎞)을 재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서울시가 참여해 창덕궁에서 수원화성까지 선보였다. 올해에는 화성시가 참여해 창덕궁에서 사도세자의 묘인 융릉까지 전 구간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창덕궁을 시작으로 안양과 의왕을 거쳐 수원화성과 융릉까지, 궁(宮)으로 시작해 로(路)로 이어져 성(城)으로 끝나는 원형을 복원한 의미 있는 행렬인 것이다.
특히 이번 능행차에는 4391명과 말 690마리가 참여한다. 행렬은 창덕궁을 출발해 시흥행궁을 지나 수원의 화성행궁, 화성의 융릉까지 59.2㎞ 구간을 행진한다. 서울시는 창덕궁∼배다리∼시흥행궁 구간, 수원시는 시흥행궁∼화성행궁∼대황교동 구간, 화성시는 대황교동∼현충탑∼융릉 구간을 각각 맡는다.

정조대왕 역할 시민이 맡아
고증과 재현 행사를 중심으로 풍부한 볼거리가 펼쳐지는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끈다.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 채제공, 경기감사 등의 역할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조가 행차를 통해 보여줬던 부모에 대한 효성과 노인봉양, 민원해결, 국방력 강화 등의 의의를 되새기고 현대 사회에 응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9월 23일 창덕궁에서 문무관 및 구군(九軍, 왕의 군대)들이 능행차 행렬을 환송하는 출궁의식으로 시작한다.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가 어마와 가마에 탑승하면 취타대의 화려한 연주가 울린다. 한강이촌지구에 이르러서는 노들섬 구간에 배다리를 설치해 시민과 함께 건너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배다리 좌우에 구군들이 늘어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직접 배다리를 걸을 수 있도록 했다.

노들섬에선 풍물놀이, 먹거리장터
노들섬에 도착하면 풍물 및 산대놀이로 흥을 돋운다. 먹거리 장터가 열리는데 능행차 당시 먹었던 음식도 직접 맛볼 수 있다. 능행차 주제전시관도 마련돼 을묘원행과 관련된 소품인 능행차 의상과 능행도 병풍, 깃발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시흥행궁에 닿으면 호위군사들이 왕을 맞이하기 위해 늘어선 풍경이 펼쳐진다.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서 정조와 시흥현감과 도승지가 등장한다. 백성들이 무대로 몰려들어 억울함을 이야기하고 정조대왕은 시흥현감에게 지시를 내려 해결책을 제시하는 상황극을 재연한다. 백성의 고통을 헤아리려 했던 정조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자객 습격장면 재현하기도
24일에는 정조대왕의 도착을 알리는 파발마가 약 200m 구간의 거리를 신속하게 달려 정조대왕의 안양 도착을 알리는 웅장한 모습을 선보인다. 이때 안양시장 등이 나와 정조를 맞이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징과 꽹과리를 쳐서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왕에게 호소하고 해결하는 백성들의 모습도 재현한다. 이때 백성 사이에 숨어 있던 자객들이 행차하는 정조를 습격하고 호위하는 장용영이 막아내는 자객대적공방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의왕시청 별관사거리에 이르러서는 줄타기 등을 비롯한 남사당놀이가 펼쳐진다. 정조는 어머니 회갑의 기쁨을 백성과 함께 나누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을 나눠주던 사미의식을 행했는데 이를 시민들을 대상으로 펼친다.
능행차의 대미를 장식하는 화성시 구간에서는 김선정 전통 무용단의 공연과 함께 홍제전서에 기록돼 있는 정조와 병조판서 심환지의 대화를 재구성해 선보인다.
격쟁(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임금이 거둥하는 길가서 징이나 꽹과리를 쳐서 임금에게 하소연하던 제도)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사전신청한 시민들이 직접 정조에게 호소하는 무대도 펼쳐진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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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 2017-09-19 17:29:49
사도세자의 묘는 수은묘
장헌세자의 묘는 현륭원
장조의황제의 묘는 융릉
융릉은 현륭원이 승격된 것입니다.
정조는 원행일기를 쓰고 원행차를 하신것입니다.
원행하실때는 사도세자를 장헌세자로 추존하시고 하신
행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