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건축문화의 달’ 맞아 다양한 행사 열려
‘서울 건축문화의 달’ 맞아 다양한 행사 열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9.15 13:36
  • 호수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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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 없는 마드리드’ ‘평양 아파트’ 등 도시전 눈길
▲ 서울건축비엔날레의 주제전이 열리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역사문화마을이다.

도시건축비엔날레, ‘공유도시’ 주제로 주제전‧도시전‧현장프로젝트 열어
돈의문박물관마을서 40여팀 건축작품 전… 국제건축영화제 34편 상영

지난 9월 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평양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들어섰다. 36㎡ 공간은 북한에서 직접 입수한 가구와 가전용품, 집기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북한 대표화장품 ‘봄향기’를 비롯 각종 과자·신발·옷장‧벽지까지 온통 이북풍으로 꾸며졌다. 55인치 대형 TV도 놓여 있어 국내 견본주택 못지않았다. 이 모델하우스는 분양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은 당연히 아니다. ‘2017 서울건축비엔날레’의 전시장에 평양 주민의 삶을 간접 체험해볼 수 있게 꾸며진 공간이다.

9월 한 달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건축을 탐색해볼 수 있는 각종 행사가 서울을 수놓는다.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비롯 ‘세계건축대회’, ‘서울건축문화제’ 등이 잇달아 열려 건축의 현주소를 조망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각종 건축 관련 행사가 열리는 9월을 ‘서울 건축문화의 달’로 지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양한 각도로 건축을 조명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시민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서울 건축문화의 달’을 맞아 ‘2017 서울건축비엔날레’ 등 각종 행사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서울 곳곳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DDP에서 진행되는 서울건축비엔날레에 전시된 평양 아파트 내부.

가장 주목할 만한 행사는 11월 5일까지 진행되는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다.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열리는 국내 최초의 비엔날레(2년마다 열리는 국제전람회)로 올해는 ‘공유도시’를 테마로 한다. 300여개의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도시가 직면한 환경적·건축적·사회문화적 문제를 공유로 풀자고 제안한다. 프로그램은 주제전, 도시전, 현장 프로젝트 등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다.
주제전 무대인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조선시대 한옥과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근대건물 30여동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역사문화마을이다. 미래 도시의 물, 공기, 해양자원, 장례 등 현대의 도시가 직면한 9가지 문제를 40여 건축가팀이 표현한 출품작들이 전시돼 있다.

이와 함께 일제강점기에 건설돼 유한양행, 현대제철 사옥으로 사용됐던 건물을 리모델링 한 ‘도시건축센터’ 건물서도 이색 전시가 진행된다. 공중에 설치된 직경 8m짜리 반구형 화면에 자율주행 자동차 센서가 인식한 데이터를 영상화하는 ‘무인 자동차 비전’, 건물 바깥에 껍데기를 씌우듯 태양광 집광판을 씌운 작품, 키프로스에서 온 발명가 겸 환경운동가 사바스 하직세노폰도스의 ‘태양광 오븐’ 등이 볼만하다.
서울비엔날레의 또 다른 메인 전시인 ‘도시전’은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한 DDP에서 열린다. 도시전은 세계 도시들의 선도적인 공공프로젝트와 정책을 전시하며 도시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공유하기 위해 영국 런던, 오스트리아 빈, 미국 샌프란시스코, 평양 등 50개 도시의 프로젝트를 전시한다.

높은 임대료와 주거 부족 문제의 해법으로 공동주택 양식을 발전시킨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공동거주지도’, 협동조합과 시청, 금융사가 함께 만든 아파트단지를 소개하는 오스트리아 빈 프로젝트는 눈여겨볼 만하다.
도시재생과 제조업 부흥이라는 화두를 제시하는 런던 프로젝트와 2025년까지 탄소 제로 배출 도시를 목표로 교통 인프라를 정비하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드림 마드리드’ 등도 인상적이다.
의류, 금속, 인쇄, 기계 등 도심 제조업의 집결지인 창신동과 을지로, 세운상가 일대에서 현장 프로젝트가 함께 진행된다. 또 식량문제, 음료문제, 도시농업 등의 주제를 체험해 볼 수 도 있고, 공유도시 서울투어, 뇌파산책, 뮤직시티 등 다양한 전시와 워크숍이 진행된다.

올해로 아홉 번째 열리는 ‘서울건축문화제’는 9월 24일까지 ‘경계를 지우다’를 주제로 진행된다. 일반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는 군부대나 교도소 같은 공간들이 섬처럼 고립돼 있다가 최근 들어 도시 공간으로 편입되고 있는 흐름을 짚고, 소통의 의미를 찾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40년 넘게 접근 불가 지역이었다가 9월부터 시민 품으로 돌아오는 마포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제가 열리는 것도 이런 주제의식의 반영이다. 제35회 서울시 건축상과 한강건축상상전, 2017 대학생 여름 건축학교 등을 통해 선정된 작품들이 전시된다.
국내 유일의 건축 테마 영화제인 ‘서울국제건축영화제’도 9월 24일까지 열리고 있다. 건축 속에 담긴 인간의 삶과 건축의 사회적·문화적 의미를 영화를 통해 살피고 생각해보는 축제로 서울역사박물관, 아트하우스 모모, 마포 문화비축기지 등지에서 진행된다. 21개 나라의 영화 34편이 상영돼 역대 최대 규모다.
9월 3일부터 10일까지 열린 국제건축연맹(UIA) ‘세계건축대회’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 세계 124개국 130만 회원을 보유한 국제건축연맹(UIA)이 3년마다 개최하는 건축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대회다.

이번 대회는 ‘도시의 혼’을 주제로 학술대회, 전시, 대중 강연, 건축문화 투어 등 137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를 설계한 프랑스의 도미니크 페로, 2020 일본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설계자인 구마 겐고, 서울로7017을 설계한 네덜란드의 위니 마스 등 세계적 건축가들이 총출동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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