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형문화재 47호 이영준의 시조발표회
서울 무형문화재 47호 이영준의 시조발표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9.15 13:43
  • 호수 5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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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창, 선비들 즐겨 부르던 음악이자 교훈 담긴 인문학”
▲ 서울 무형문화재 47호 이영준 시조 명인(중앙에 앉은 남자)이 9월 12일, 남산 한옥마을 국악당에서 전수자 59명과 함께 평시조 ‘청산은 어찌하여’를 부르고 있다. 이 명인은 “호흡을 길게 하다보면 폐활량이 커져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한옥마을 국악당에서…‘제16회 전국시조명인 명창공연’도 열려
92세 정창섭 등 전국의 전수자 59명과 퇴계 시조 불러 큰 감흥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긋지 아니하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상청하리라.”
퇴계 이황 선생이 도산서원에서 지은 평시조 ‘청산은 어찌하여’이다. 무형문화재가 이끄는 남녀 60명의 장중한 ‘떼창’에 귀가 번쩍 열렸다. 우리 민족의 회한과 깊은 정서가 담겨진 소리에 오감이 공명했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나지막이 잦아들다 소리의 꼭대기까지 내지르는 변화무쌍한 합창에 흥과 감동이 전해졌다.
지난 9월 12일, 남산 한옥마을 국악당에서 열린 ‘서울 무형문화재 47호 이영준의 시조발표회 겸 제16회 전국시조명인 명창공연’에서다. 한국시조명인협회와 석암제시조보존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등이 후원한 이날 공연에서 이영준(80) 명인과 전수자 59명은 약 2시간 동안 20여곡의 시조를 발표했다.

이 명인은 각시조 ‘봉황대상’, 우조질음시조 ‘석인이 이승’, 사설질음시조 ‘태백산’ 등을 따로 불렀다. 우조는 악조(樂調)의 하나이고, 질음은 소리를 높게 내지른다는 뜻이다. 이 명인은 “1년에 한 번은 공연한다는 무형문화재의 규정을 준수하고, 그동안 제자들이 갈고 닦은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시조창을 널리 보급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무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을 비롯 8도에서 모인 전수자들은 시조창 경력이 십수년을 헤아리는 이들로 지역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실력자들이다. 전수자 가운데 정창섭(92)어르신은 전주대사습 장원, 임방울, 흑무대상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조창은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를 가사로 노래 부르는 것이다. 창법에 따라 마음껏 표현할 수가 있어 선비들이 즐겨 부르던 ‘대중음악’이다. 시절가, 시절단가, 단가라고도 한다.
시조창의 출발에 대해 일부에선 고구려 재상 ‘을파소’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대체적으로 영조 때 이세춘이 시조에 장단을 붙였다는 기록을 인정하는 쪽이다.

이 명인은 지난해 6월, 서울시로부터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7호 석암제 시조의 보유자로 인정을 받았다. 석암제 시조는 국가무형문화제 제41호 석암 정경태 선생이 각 지방의 방언처럼 조금씩 다른 소리를 모아 하나의 악보로 만든 창법의 시조로 전국에서 가장 널리 보급돼 불리고 있다. 현재 시조창 인구는 200여만명으로 추산한다.
이 명인의 시조창 경력은 40여년이다. 젊었을 적 생사가 불투명할 정도의 큰병을 얻었으나 우연히 시조창을 접하면서 몸이 회복됐다. 이후 김귀식 선생에게 경제 시조를, 박기옥‧정경태 선생에게 석암제 시조를 수년씩 사사하며 뼈를 깎는 연마를 통해 명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 명인은 “시조창은 단전에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오장육부가 다 움직인다”며 “호흡을 길게 하다보면 폐활량이 커져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이 명인은 이어 “시조창은 선비들의 인생 교훈을 담아낸 인문학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등재 됐다”며 “어른은 물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명인은 대한시조협회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시조명인협회 이사장으로 있다. 현대미술협회 회장이기도 한 이 명인은 미술에도 일가견이 있다.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에 참여했으며 개인전도 수차례 열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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