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서 치매환자를 위한 미술관교육 세미나
국립현대미술관서 치매환자를 위한 미술관교육 세미나
  • 최은진 기자
  • 승인 2017.09.22 13:41
  • 호수 5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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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의 조각공원 소풍은 심리안정에 큰 효과”
▲ 국립현대미술관과 대한치매학회의 공동세미나에서 손동기 EU연구소 초빙연구원이 질의응답 시간에 참석자로부터 질문을 받아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지영 학예연구사, 홍해지 교육전문가, 최호진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 손동기 EU연구소 초빙연구원.

의학적 치료 효과는 크지 않아… 소속감과 자존감 키우는데 도움
치매환자들이 외출할 수 있는 마중물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라

고령화 사회에서 시니어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짚어보고,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미술관교육 담론을 확산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대한치매학회는 9월 15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디지털정보실에서 문화예술교육 관련 분야 전문가, 시니어 보호 기관 종사자, 대학원생, 일반인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미술관교육 공동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지난 3년간 국립현대미술관과 대한치매학회가 협력·운영하고 있는 ‘일상예찬-시니어 조각공원 소풍’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관교육 프로그램 방향성을 담은 발제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날 첫 번째 강연을 시작한 이금룡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고령화 사회 현황과 이슈를 설명했다. 이금룡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진입함에 따라 기존과는 달리 새로운 욕구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중에서 다양한 여가문화, 평생교육, 자원봉사 등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난 가치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현재 20대가 노인이 되는 205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34.4%에 달한다”며 “노인이라고 구분 짓기보다는 인간 자체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시니어를 위한 평생교육체제, 의료보건체계, 고령친화산업기반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동기 한국외대 EU연구소 초빙연구원은 “생애주기 측면에서 문화예술과 여가시간은 중시돼야 하고, 구체적인 여가방법은 어르신들에게 원하는 것을 직접 묻는 소통 과정을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와 미술관이 진행한 사례발표에서는 두 기관이 협력해 지난 3년간 진행한 ‘일상예찬-시니어 조각공원 소풍’을 중심으로 각각 의학적 관점과 미술관교육 관점에서 의미를 풀어냈다.
먼저, ‘일상예찬-시니어 조각공원 소풍’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조각공원에서 서울·경기 지역 병원과 치매센터를 통해 초청된 60세 이상 경도인지장애환자, 치매환자, 보호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작품 감상, 작품 제작 등을 진행하는 미술관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치매환자들은 미술관에서 짠 동선으로 야외조각공원을 산책하며 작품을 감상한다. 이 때에는 감상을 돕는 미술관교육전문가가 진행하는 설명을 들으며, 느낀점을 이야기한다. 작품 ‘노래하는 사람’ 앞에서는 손을 잡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또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환자와 보호자가 서로 사진을 찍고, 미술관에서 제작한 액자 같은 감상도구를 활용하기도 한다. 산책이 끝난 후에는 교육전문가 발표와 진행에 따라 관람했던 작품을 다시 기억해본다. 그 다음에는 산책하며 본 파도를 형상화한 작품을 참고해 색종이로 창작 작품을 만든다. 이 작품으로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산책을 함께 한 배우자나 가족 등 보호자에게 편지를 쓰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최호진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이자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 가지 관점으로 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설명했다. 최호진 이사는 “일상생활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외출 혹은 소풍 관점에서 봤을 때, 외출이 어려운 치매환자에게 일상수행능력 유지를 위한 활동을 제공하고,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학적 관점에서는 미술관교육이 인지 중재 치료(인지 기능이 악화되지 않게 유지하는 치료)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 이사는 “미술치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치매 환자들의 경우 이미 뇌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며 “경도인지장애환자의 경우에도 미술치료 단독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운동 치료 등과 병행해 복합적으로 치료할 때 인지 기능 유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하지만 환자의 사회적 소속감이나 자존감 향상에는 도움이 된다”며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외출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교육문화과 황지영 학예연구사와 홍해지 교육전문가는 “조각공원 소풍 프로그램은 모두를 위한 예술의 일환으로 ‘고령화 시대에서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며 시작됐다”며 “치매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미술관교육 전문가와 치매 전문가가 만나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긍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홍해지 교육전문가는 “의학적 치료보다는 심리적 치유의 관점에서 봐달라”며 2016년도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도봉구치매지원센터 치매환자 가족이 남긴 소감문을 소개했다. 해당 자녀는 “더 특별한 것만 같았던 모친의 치매증상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른 치매환자들과 비슷하다는 걸 깨닫고, 모친을 더 이해하게 돼 감사하다”고 전했다. 최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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