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이 반한 계곡 구경도 하고, 조선 민화도 보고
김삿갓이 반한 계곡 구경도 하고, 조선 민화도 보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9.22 13:53
  • 호수 5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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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박물관을 찾아서<2> 빼어난 자연 경관 속에 있는 박물관들

조선민화박물관 멸종위기 동물 사는 계곡에 위치… 각종 민화 상세한 해설
공주민속극박물관 신비한 안개로 유명한 소나무숲에 자리… 인형‧탈 등 전시
고려청자박물관 고려청자 제작 체험… 
문경석탄박물관 석탄 제조과정 한눈에

▲ 강원 영월 조선민화박물관, 충남 공주민속극박물관 등은 독특한 유물을 전시하면서도 빼어난 자연 경관 속에 위치해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소나무숲에 위치한 공주민속극박물관.

강원 영월군에 위치한 ‘김삿갓계곡’. 방랑시인 김삿갓(1807~1863)이 이곳을 방문해 ‘무릉계’라 칭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그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청정지대다. 크낙새와 딱따구리, 동강과 서강이 기암을 돌아 흐르는 곳에 사는 수달‧수리부엉이‧비오리‧검독수리‧작은소쩍새 등 마치 하나의 생태박물관처럼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이 아름다운 계곡 속에 박물관이 자리잡았는데 이곳이 바로 조선민화박물관이다.
국내 1000여개 박물관 중에는 유독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함께하는 박물관들이 있다. 강원 영월 조선민화박물관을 비롯해, 경북 문경석탄박물관, 전남 강진 고려청자박물관, 충남 공주민속극박물관 등이 대표적이다.

19금 한‧중‧일 ‘춘화’ 전시
먼저 김삿갓계곡 깊숙이 위치한 조선민화박물관은 조선시대의 민화를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민화박물관이다. 조상이 즐겼던 민화를 감상하며 민화에 담긴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난 2000년 문을 열었다. 현재 2500여점의 민화를 소장하고 있으며, 그 중 190여점을 교대로 전시하고 있다.
300여평 규모의 전시실에는 조선시대 작품뿐 아니라 현대 작가들의 민화 작품도 전시해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 김삿갓이 ‘무릉계’라 극찬한 영월 김삿갓계곡에 들어선 ‘조선민화박물관’.

민화는 보통 서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았는데, 박물관에서는 이런 서민들의 염원을 담은 작품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한 명이 박물관을 찾아도 전문가의 해설을 제공한다. ‘이야기가 담긴 민화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오석환 관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특히 박물관 2층에는 19세 이하는 출입을 금한 전시관이 있다. 바로 ‘춘화’를 전시한 곳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수집한 춘화들을 내걸어 어른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250년 된 배롱나무(목백일홍) 등 희귀 분재도 식재돼 그윽한 향을 풍긴다.

문경새재, 보너스로 감상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문경새재. 조선시대 사회, 문화, 경제의 유통과 국방의 요충지로 자연 경관이 빼어나고 유서 깊은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이 아름다운 새재길을 감상하다 끝에 이르러 만날 수 있는 곳이 문경석탄박물관이다.
대한석탄공사 은성광업소에 1999년 개관한 전문박물관으로 국가 기간산업의 원동력이었던 석탄의 역할과 그 역사적 사실들을 한 곳에 모아 전시하고 있다. 연탄 모습으로 꾸민 외관이 인상적이며, 석탄과 관련된 산업, 생활사 등을 전시라는 기법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연면적 550평 규모로 1∼2층 중앙전시실과 갱내전시실·야외전시장 등의 시설이 있다.

▲ 문경석탄박물관

1층 전시실에는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지구의 형성, 석탄의 기원과 변천, 석탄이 형성되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1970년 대한석탄공사 은성광업소 지하 600m에서 캐낸 괴탄과 화석·황철석·자수정·규화목·규장암 등의 암석류가 전시돼 있다. 2층에서는 석탄을 채굴하는 전과정을 한눈에 소개한다. 석탄운반용 증기기관차와 연탄제조기·채탄도구·측량장비·통신장비·화약류·광산보안장비 등과 탄광촌 점심시간 모습과 막장 굴진작업 광경, 갱도작업 모습, 석탄선별 작업 광경을 밀랍인형으로 전시한다. 그리고 한켠에는 문경지역의 역사와 문화·민속·산업·관광·문경팔경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문경문화관이 마련되어 있다.

청자 굽던 가마터에 위치
전남 강진 대구면의 자랑인 강진 청자요지. 고려시대 토기나 청자를 굽던 가마터로 국가 사적 제68호로 지정돼 있다. 남쪽은 바다와 가까워 해로를 통한 수송이 발달했고, 북으로는 크고 작은 산과 가까워 땔감이 풍부했다. 이 자연 환경과 강진 청자요지를 보존‧계승하기 위해 지어진 곳이 1997년 개관한 고려청자박물관이다.

▲ 고려청자박물관

중국에서 청자 제작 기술이 도입된 9세기경부터 14세기 쇠퇴기까지 시기별로 정리한 유물을 볼 수 있다. 강진군 일대에서 발굴한 청자와 기증 유물 등이 대표적인데 특히 강진군 일대에서 발굴한 출토품을 서랍장에 보관해 보여주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고려청자박물관에서는 직접 청자를 만들어볼 수 있다. 청자빚기체험장에서는 물컵이나 머그 컵에 자유롭게 글씨나 그림을 새기는 ‘조각 체험’, 흙을 원하는 모양으로 말아 올려 작품을 만드는 ‘코일링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그림자놀이 인형, 탈 등 전시
충남 공주시 의당면에는 2800평 규모의 아담한 소나무숲이 있다. 사진가들 사이에서 안개를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으로 유명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 신비한 숲속에 자리한 박물관이 공주민속극박물관이다. 우리나라 전통 인형극에 쓰이는 인형과 각종 탈은 물론, 반주악기, 1인극 연극으로 볼 수 있는 이야기꾼의 이야기책, 불교 영등놀이의 그림 등 민속극에 쓰이는 여러 가지 유물들을 전시한다. 대부분 민속학자인 심우성 관장이 젊었을 때부터 수집해온 것으로 농기구 자료실에 있는 농기구 등을 포함하면 1000여 점이나 된다.
전시실은 민속극자료관과 농기구자료관으로 나뉘며 민속극자료관에는 굿에 관련된 자료, 각종 그림자놀이 인형, 탈춤에 쓰이는 탈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탈이 가장 많은데, 양주별산대놀이, 하회별신굿탈놀이, 봉산탈춤, 처용무, 꼭두각시놀음 등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탈을 소개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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