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경남 창원시마산지회 ‘장장군자원봉사클럽’ “왜구 물리친 고려 장군 묘 관리 자부심 느껴”
대한노인회 경남 창원시마산지회 ‘장장군자원봉사클럽’ “왜구 물리친 고려 장군 묘 관리 자부심 느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9.22 14:03
  • 호수 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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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원시마산지회 소속 장장군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장군동에 위치한 장장군 묘지의 풀을 뽑는 등 묘지 관리를 하고 있다.

묘지 인근 경로당 회원 15명 매달 2차례씩 풀 뽑아

“장장군 묘는 소중한 문화유산인 동시에 우리 마을의 정신적 지주이다.”
장장군(張將軍)은 고려 공민왕 23년(1374년)에 왜구가 합포만에 침입하자 관군과 합세해 왜구를 물리치고 전사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장군동에 묘가 있다. 장장군 묘를 관리하는 노인자원봉사클럽이 있다. 대한노인회 경남연합회 창원시마산지회 소속의 장장군자원봉사클럽(코치 권영순‧82‧마산합포구 완월동)이다.
원래는 부근의 경로당에서 묘지를 관리해 왔다. 매달 한 번씩 동사무소는 경로당으로 전화를 걸어와 묘지의 풀을 베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창원시마산지회 6분회장과 경로당 회원들은 2014년 3월 어느 날,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묘지의 풀을 베기로 결정했다. 6분회는 중앙동의 7개 경로당과 완월동의 10개 경로당 등 17개의 경로당을 두고 있다.
이 같은 뜻에 동조한 경로당 회장과 회원 등 15명(남 5, 여 10)이 낫을 들고 일어섰다. 장장군자원봉사클럽이 생기게 된 연유다. 이 클럽은 묘지 관리 외에 인근 완월공원과 장군천 등지의 환경정화도 함께 하고 있다. 회원들은 전직 공무원, 회사원 출신들로 구성됐다. 평균 나이는 78세.
권영순 코치는 “동사무소에서 일손이 모자라는 걸 보기가 딱하고 또 처음부터 경로당에서 해온 일이기 때문에 아예 봉사클럽을 만들어 전담하기로 했다”며 “거리상 묘지에서 멀리 떨어진 경로당은 제외하고 부근의 경로당 3곳의 회원들이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코치는 회사원 출신이다. 70세부터 경로당에 나가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총무,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6분회 분회장으로 있다.
클럽은 3월부터 10월까지 매달 10일, 20일 두 차례 묘지의 풀과 주변 청소를 하고 마지막 날에 문제점을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클럽 회원들은 4월마다 열리는 장장군 제례봉행에도 참여한다.
묘지 관리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제초기, 빗자루 등은 동사무소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문제는 한여름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일을 한 후 시원하게 목을 축일 음료수조차 구입할 예산이 없다는 점이다.
권 코치는 “클럽 한 달 운영비는 턱없이 부족해 마음 놓고 물 한 병 사마시지 못해 뜻 있는 곳에서 지원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클럽회원들은 추석같은 명절 때 보람을 느낀다. 고향을 찾은 이들이 묘지가 깨끗하게 관리된 것을 보고 기뻐하며 경로당에 전화를 걸어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기도 한다.
이 클럽의 여성회원 장경자(76) 어르신은 “장장군의 이름도 모르고 후손도 없는 상태이지만 같은 성씨라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풀을 뽑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경석 창원시마산지회장은 “장장군묘를 관리하는 일에 노인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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