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 유머, 늙어 더 유머!
젊어 유머, 늙어 더 유머!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 승인 2017.09.29 10:42
  • 호수 5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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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를 바라보며 활동하시는
김형석 교수님과 유동식 교수님
만나면 언제나 유머가 넘쳐

삶은 늘 진중한 것이라지만
웃음 주는 노인으로 늙고 싶어

필자와 방송을 하며 몇 번을 뵈었던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신 김형석 교수는 1920년 생으로 올해 만 97세다. 윤동주 시인과 함께 동문수학하던 그 시절 그 분이 여전히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며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시니, 그 건강에 놀라고 그 열정에 고개가 숙여진다.
김 교수님의 강연은 워낙 정평이 나 있지만, 그 이면의 유머는 지인들 말고는 잘 모를 수도 있겠다싶다. 지난해 한 뉴스채널에서 영광스럽게도 함께 대담을 할 기회가 있었고, 뉴스에 들어가기 전 대기실에서 꽤 오랜 시간 교수님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게 됐다.
한참 이런 저런 주제로 말씀을 하시던 교수님은 필자를 빤히 보시며 “90이 넘으면 죽을 줄 알았어요”라고 말씀한 뒤 파안대소를 하셨다. 그 말씀에 필자는 함께 웃어야할지 어찌해야 할지 당황했으나, 김 교수님의 농담이 이어지며 그야말로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그리고 윤동주 시인과 같은 기숙사 생활을 했던 분이자 연세대 신학과 명예교수님이신 유동식 교수님이 계시다. 신학 분야가 아니고는 잘 모를 수 있으나 이분은 올해 ‘꽃다운 96세’이시다. 유 교수님께서 직접 ‘꽃답다’라는 표현을 쓰신바 있어 이 표현을 쓰는 것이라지만, 실제로 뵈면 이 분 역시 2세기에 걸쳐 사시며 모든 세대와 유머를 나누는 분이시다.
한 번은 늘 존경하는 분이고 자주 뵙는 분인지라 여느 때처럼 함께 식사를 하는데, 유동식 교수님께서 갑자기 필자를 보시더니 “이 박사, 내가 올해는 죽을 줄 알았어” 하시며 껄껄 웃으시는 거다. 이게 참 듣는 젊은 세대로서는 이 말씀에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호하던 차, 이어 유 교수님께서 “내년에도 이 말을 할 것 같아!” 하시며 더 크게 웃으시기에 자리에 함께 했던 분들과 책상을 치며 웃은 기억이 있다. 90세가 넘으면, 그리고 올해는 명을 달리할 줄 알았다는 그 슬픔의 말씀을 두 분 다 어찌나 유쾌하게 하시는지, 저승사자도 왔다 도망갈 지경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분들의 이 긴 세월은 어떤 퍼즐로 이뤄졌을까 생각하게 된다. 1세기 가까이 살고 또 2세기에 걸쳐 사시며, 일제시대, 해방, 한국전쟁, 전후 복구 등 대한민국의 역사와 우리네 부모들의 생로병사를 두루 보셨던 이분들의 삶의 퍼즐의 재료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이미 자식을 앞세우고, 아내를 앞세우며 넘어야했을 수많은 고통의 언덕들을 넘어본 이들의 삶의 재료는 우리가 유병장수 시대, 어쩌면 죽지 않을 것 같은 이 세대에 중요한 핵심단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두 분은 물론 시대의 석학이시고, 가르침을 통해 배출한 제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계신 분들이다. 이 시대의 풍요 속에 무엇이 부족한 줄 알고 계시며, 다음 세대를 위한 기꺼운 조언을 주시는 시대의 멘토이시다. 그러나 필자가 개인적으로 만나 뵈며 경험한 두 분은 늘 반가운 미소와 짬나면 터져 나오는 유머의 소유자이시다.
한 번도 슬퍼본 적 없는 듯 주변을 어루만지고, 늘 만면의 미소를 띠고 계시다가 이야기가 무거워진다 싶으면 어느새 주변을 다 뒹굴게 하는 유머를 쏟아내신다. 유머 중에는 우아한 유머부터 속칭 EDPS(음담패설)도 전혀 천박하지 않은 방식으로 가끔씩 들려주시니 듣는 이들은 매순간 집중하고, 매번 존경심의 게이지가 올라간다. 필자 역시 ‘나도 이렇게 늙고 싶다’고 자주 생각했다. 흔히 말하는 ‘성공적 노화’의 모델로서 두 분을 뵈며 나의 늙음을 생각하고 나의 노화를 그려보곤 한다.
이미 늙은 우리 독자 여러분, 그리고 앞으로 늙어갈 여러분,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물었던 질문에 대답을 할 때가 됐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여러분은 톨스토이의 이 질문에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
필자는 나의 노화의 모델이신 두 분을 뵈며 내심 이런 다짐을 해보았다. ‘웃기는 노인이 되자!’ 유머를 잃지 않는다면 되겠다. 삶은 늘 무겁고 진중한 것이라고 평생을 배워왔으니, 이제 이 오랜 학습에 ‘유머’를 양념처럼, MSG처럼 넣는다면 그야말로 늙을만한 늙음이 되겠다싶다.
여러분은 어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어떻게 늙으시려는가? 저와 함께 ‘웃기는 노인’으로 이 장수 시대를 살아보면 어떨지 권해본다.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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