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솜사탕
저 낮은 산
솜사탕 먹고 싶어 팔을 뻗지만
바람에 날려 못 잡았네
김신비(고성여중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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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푸른빛과 바다의 물빛이 같아지는 가을, 그 눈부신 파란 색을 배경으로 구름의 표정이 가장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계절도 바로 이 가을이다. 뭉게구름이었다가 이내 새털구름으로 그 표정을 바꾸어버리고 다시 물고기의 비늘처럼 흩어지는 구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현대인의 팍팍한 삶이 조금은 위로받고 힐링되는 느낌이다. 하루 한 번쯤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잦아지고 서쪽 하늘로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가.
이 디카시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작품이다. 산등성을 살짝 스치며 솜사탕 같은 구름이 걸리자 키 작은 산은 먹고 싶은 충동을 느껴 손을 뻗었지만 바람은 어느 사이 그 구름들을 흩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기실 솜사탕을 먹고 싶은 건 산이 아니다. 작가가 손을 뻗어 잡으려 한 것이다. 아쉬움이 절절이 묻어난다. 어린 날 우리들은 구름을 보고 얼마나 많은 상상을 했던가. 그리고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러나 지금 어른이 된 우리는?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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