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라는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리 익숙한 말은 아니다.
선진국에서 노후생활을 말할 경우 가장 많이 쓰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은 바로 ‘성공적 노화’이다.
성공적 노화는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 1000여 명의 노인들을 10년간 계속 관찰하면서 연구한 결과를 정리하여 쓴 책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에서 말하는 성공적 노화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적 노화의 3가지 조건은 첫째, 질병과 장애를 피해 가고(질병율과 장애 위험률을 낮추는 것) 둘째, 정신적 기능과 신체적 기능을 높이 유지하고 셋째, 적극적으로 인생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성공적 노화는 유전이나 부(富)나 행운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과 노력을 통해 이루어 내는 것이다.
질병과 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유전적 요인의 영향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활습관과 식사습관의 잘못과 증상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것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다. 다시 말하면 질병과 장애가 발생하는 더 큰 원인은 자신이 조심하고 노력하면 될 것을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알고 마음을 바꾸고 노력하면 질병과 장애는 대부분 피해갈 수 있다.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신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독립적이기를 원하고 있다.
독립성은 계속해서 자기가 살 던 곳에 살며, 자신을 잘 관리하고 쇼핑, 식사 준비 등과 같은 일상생활을 잘 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으로서 정신기능과 신체기능을 유지한다는 것은 일상생활을 해나가는데 필요한 행동을 혼자서 잘 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정신기능, 특히 무엇을 잘 이해하고, 기억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인 인지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인지능력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그리 걱정할 것은 못 된다. 인지기능의 쇠퇴는 모든 종류의 정신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경우 인지기능 상실(가장 대표적인 것은 치매)은 아주 고령일 때 찾아온다. 그리고 아주 경미한 정도의 인지능력 상실도 겪지 않는 노인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정신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유전적 요인에 의한 영향도 있으나 두뇌를 규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거나 새로운 과제로 두뇌에 자극을 주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노력하면 정신기능의 퇴화를 느리게 하거나 예방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교육의 기회를 많이 가지고, 신체적 건강을 잘 유지하고,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훈련과 연습으로 정신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노년기에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지만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속세를 떠나 혼자 오래 사는 사람도 가끔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인생에서 중요한 과제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같이 어울려 서로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지지해 주는 삶을 유지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욕구라 할 수 있다.
노인들은 사회적 지지(도움)의 수혜자이고 동시에 제공자이기도 하다. 사람의 일생은 사회적 지지의 제공자들로 구성된 호위대에 둘러싸여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 호위대의 크기, 호위대 내의 관계, 호위대가 제공하는 지지가 어느 정도 적절한가는 노인의 복지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제3기 인생은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여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척이나 친구를 더 자주 만날 수 있다. 새로운 배움이나 취미 동아리의 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 일이나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동료를 사귀거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도 있다. 적극적으로 인생에 참여하면 신체 및 정신적 건강도 더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