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국산 SF영화가 보고싶다
매력적인 국산 SF영화가 보고싶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0.13 13:30
  • 호수 5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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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에이리언’ 시리즈, ‘글래디에이터’로 유명한 거장 리들리 스콧(80)은 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공개했다. 2019년 미래를 배경으로 4년밖에 되지 않는 수명을 늘리려는 복제인간들과 이들을 폐기하는 형사, 일명 블레이드 러너로 활동하는 ‘릭 데커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개봉당시 복제인간을 소재로 암울한 미래를 그렸던 이 작품은 또 다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명작 ‘E‧T’와 맞붙어 참패했다. 뿐만 아니라 과도한 상영시간을 줄이라는 제작자들의 압력으로 작품은 가위질 당했고 결국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모두 외면을 받았다
이때만 해도 명백한 실패작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 팬들을 중심으로 작품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고 이런 열성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1992년 감독의 생각대로 재편집한 감독판이 재개봉하면서 ‘저주받은 걸작’이란 평을 받고 있다.
이후에도 수많은 팬들이 후속작을 요구했지만 감독은 침묵으로 일관하다 마침내 지난해 공식적으로 후속작을 발표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리들리 스콧은 제작을 맡고 뒤로 한발 물러섰고 대신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등 내놓는 작품마다 평단의 찬사를 받은 프랑스 출신 드니 빌뇌브에게 메가폰을 건네며 기대감을 키웠다.
10월 12일 국내에 개봉된 작품은 벌써부터 원작을 잇는 SF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작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에 대한 성찰을 암울한 분위기와 함께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면 후속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집중한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행동을 하는 복제인간을 통해 삭막해진 인간애의 회복을 이야기 하면서 SF영화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SF영화의 매력은 가상의 미래를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대안을 그려낸다는 점인데 외국에서는 꾸준히 좋은 작품을 선보이며 영화팬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고 있다.
한국영화도 매년 1000만 관객동원 영화를 배출하고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SF장르에서는 불모지에 가깝다. 매년 수십편의 영화가 제작되지만 대부분 코미디, 로맨스, 추리‧공포 장르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괴물’ ‘살인의 추억’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이 지난 2013년 ‘설국열차’를 연출하며 흥행과 비평에서 성공했지만 이후로 이렇다 할 국산 SF영화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세계를 설레게 할 매력적인 국산 SF영화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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