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조영남의 엇갈린 운명
윤여정‧조영남의 엇갈린 운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0.23 09:18
  • 호수 5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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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키며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등을 배출한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벌어진 가상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쎄시봉’. 이 작품은 윤형주‧송창식으로 구성된 전설의 듀오 ‘트윈폴리오’가 사실은 가상의 인물 ‘오근태’가 포함된 삼인조였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작품 속 오근태는 ‘민자영’이라는 인물을 사랑했는데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 미국으로 떠나면서 이에 대한 충격으로 쎄시봉을 떠났다.

영화가 개봉되자 뒷말이 무성했다. 민자영은 원로배우 윤여정(70)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알려졌다시피 윤여정은 1972년 조영남(72)과 결혼해 미국으로 떠난다. 1966년 데뷔해 큰 인기를 구가하던 그의 선택은 당시에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만 두 사람의 결혼은 오래가지 못했다. 두 명의 자녀를 낳긴 했지만 1983년 윤여정이 귀국하면서 갈라서게 된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다시 국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다. 윤여정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잡았고 조영남은 본업인 가수와 방송 활동으로 예전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미술작가로서도 승승장구했다. 이혼이라는 불행한 사건을 겪긴 했지만 상처를 잘 수습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정점에 선 것이다.

두 사람의 인생이 분명하게 엇갈린 건 지난해부터다. 데뷔 50주년을 맞은 윤여정은 나이를 무색케 하는 연기변신을 거듭하며 젊은 사람들에게도 큰 지지를 받았다. 제주도에 사는 치매 노인을 연기한 ‘계춘할망’과 종로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성(性)을 파는 ‘박카스 아줌마’로 분했던 ‘죽여주는 여자’ 등을 통해 ‘역시 윤여정’이란 찬사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데뷔 후 처음으로 예능방송에 도전한 ‘윤식당’도 욜로 열풍에 힘 입어큰 인기를 끌었고 이 방송에서 젊은이들을 향해 아낌없는 조언을 하면서 ‘국민 멘토’로 자리잡기도 했다.

반면 조영남은 내리막길을 탔다. 이전부터 사생활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던 그는 대작논란이 일면서 방송가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지난 10월 18일 대작논란과 관련된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더욱 복귀가 불투명해졌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나이를 고려한다면 재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영남이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던 날 윤여정은 한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했다. 이혼 후 살아남기 위해 단역도 불사했다는 그녀의 진심어린 사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운명의 장난처럼 엇갈린 두 사람의 인생,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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