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당구·볼링 등 어엿한 노인스포츠로 인기
탁구·당구·볼링 등 어엿한 노인스포츠로 인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0.23 09:49
  • 호수 5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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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 60~70대 젊은 노인을 중심으로 탁구·당구·볼링 등을 즐기고 관련 동호회가 늘면서 게이트볼로 상징되는 노인 스포츠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60~70대 젊은 노인들, 게이트볼 대신 몸동작 큰 스포츠 즐겨
노인복지관마다 탁구장‧당구장 갖춰… 노인체육대회 종목 늘어

지난 9월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을 비롯한 7개 경기장에서 ‘제12회 서울특별시 어르신 생활체육대회’가 열렸다. 25개구 65세 이상 스포츠 동호인 5500여명이 참여해 게이트볼을 비롯한 그라운드골프 등의 종목에서 열띤 경쟁을 펼쳤다.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종목은 지난해 도입된 족구‧탁구와 올해 새로 도입된 볼링과 당구였다. 해당 종목 참가자들은 젊은이 못지않은 화려한 동작으로 이목을 끌었다.
중구지회의 족구대표로 참가한 김창수(67) 씨는 “족구뿐만 아니라 축구 등 구기종목을 두루 즐긴다”면서 “80대에도 경기를 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게이트볼로 상징되는 노인 스포츠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게이트볼 종주국인 일본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게이트볼 인기가 주춤해진 반면 당구‧탁구‧볼링‧야구‧검도 등 젊은이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노인세대에 스며들면서 폭이 넓어진 것이다.

◇게이트볼 인기 시들
현재 일본 게이트볼 단체 회원수는 1996년 56만7000여명에서 지난해 9만40000명으로 급감했다. 20년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노인인구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그 감소폭은 더 크다. 한때 아침 일찍부터 공원에서 게이트볼을 즐기는 노인을 일본 전역에서 볼 수 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도 나타난다. 60~70대의 비교적 젊은 노인들이 게이트볼 대신 탁구‧당구‧축구 등의 스포츠를 즐기면서 게이트볼 인구가 줄고 있는 것. 충북 청주의 게이트볼 선수로 활동 중인 김용완(75) 어르신은 “현재 60대~70대 초반 노인들에겐 ‘게이트볼은 80대 때 즐기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가입이 저조해 선수단 운영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게이트볼 경기장을 갖춘 일부 노인복지관에서도 경기장을 다른 종목으로 변경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복지관 관계자는 “10년 전 회원들의 요구로 경기장을 갖췄지만 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어 다른 경기장으로 교체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이트볼이 주춤한 반면 탁구를 비롯한 당구‧볼링 등은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즐기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어르신 체육 활동 지원’ 현황에 따르면 2009년 게이트볼과 라지볼탁구, 그라운드골프, 파크골프 등 4개 종목에서 시작한 지원 프로그램은 15개 종목으로 다양화됐다. 탁구‧당구‧국학기공‧정구‧우슈‧생활체조‧볼링‧낚시‧자전거‧검도‧궁도‧댄스스포츠 등의 종목이 노인 체육 활동 지원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이를 입증하듯 노인들의 최고 인기 체전인 전국노인건강대축제에서도 매년 새로운 종목이 추가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60~70대 탁구·당구·볼링 선호
최근 노인종합복지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 프로그램은 탁구와 당구다. 서울 지역 대부분의 노인종합복지관이 탁구장과 당구시설을 갖췄을 정도. 지난 10월 17일 서울 중랑노인종합복지관 1층 탁구장에서도 30여명의 어르신들이 탁구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대부분 60~70대였지만 종종 80대 어르신들도 눈에 띄었다. 날씨가 쌀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화려한 스텝을 밟으며 네트 위로 공을 주고받고 있었다.

▲ 한 노인탁구대회에서 스매싱을 하는 어르신.

탁구의 인기 요인은 운동효과 덕분이다. 탁구는 동작이 과격하지 않아 누구나 즐길 수 있는데다가 팔과 다리, 몸통, 허리 등 전신근육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공이 여러 방향으로 튀고 회전률이 높아 이에 대한 빠른 대응과 순발력이 중요해 치매예방과 뇌 활성화에도 효과적이다.

권승진(69) 씨는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고 몸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운동 효과는 좋아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당구 역시 단순한 동작만으로 혈액순환, 스트레스 해소, 집중력 향상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랑노인종합복지관 4층에 마련된 당구장에서도 역시 김신임(71) 어르신을 포함한 20여명이 4구와 포켓볼 게임을 즐기고 있다. 정적인 운동인 것처럼 보여도 1시간 동안 치면 4km 걷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김 어르신은 “볼을 치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펴면 자연스레 허리 운동이 되고 자세를 잡다 보면 팔다리의 유연성이 길러진다”며 “볼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려고 머리를 사용하다보면 자연스레 두뇌운동도 된다”며 당구의 효과를 극찬했다.

볼링도 인기 노인스포츠로 떠오르고 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볼링교실은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30~40대 다음으로 많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동호회를 결성해 매주 1~2회 모여 꾸준히 볼을 굴리고 있다. 2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서울시실버볼링연합회는 매달 정기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활성화 돼 있고 꾸준히 대회에도 참여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안미자(76) 어르신은 “공이 무거워 노인은 버겁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자신의 몸에 맞는 볼을 골라서 바른 자세로 굴리면 오히려 운동이 된다”면서 “핸디캡 적용 없이 젊은 사람들과 맞대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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