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장 김창수’ 사형수에서 독립투사로 변모한 백범
영화 ‘대장 김창수’ 사형수에서 독립투사로 변모한 백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0.27 14:16
  • 호수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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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김구의 청년시절 다뤄… 김옥 안에서 성장하는 과정 흥미

1896년 3월 황해도 치하포, 자신이 명성황후를 살해했다며 호기롭게 떠든 일본인 앞에 거구의 한 남자가 나타난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와중에 두 사람은 결투를 벌이고 일본인은 끝내 거구의 남자에게 목숨을 잃는다. 이 남자, ‘김창수’는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명성황후 살해범을 죽이는데 그치지 않고 그 자리에 살해 동기와 더불어 성명과 주소를 적은 대자보까지 떡하니 걸어놓는다. 결국 남자는 사형을 선고 받고 감옥으로 끌려간다. 그리고 지옥같은 그 속에서 김창수가 아닌 백범 김구로 성장한다.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의 청년기를 다룬 영화 ‘대장 김창수’가 개봉했다. 작품은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명성황후의 시해범을 때려 죽이고 스스로 잡혀 들어간 김창수(조진웅 분)는 재판장에서도 당당했다. “나는 짐승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이라고 떳떳하게 항변하지만 사형 선고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인천 감옥소에 이감된 그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형수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국모의 원수를 갚았다고 여기는 김창수와 달리 그를 둘러싼 환경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일제에게 나라를 야금야금 빼앗기고 있던 당대인들의 삶은 피폐해져 있었다. 이로 인해 복종과 순응만이 가득했던 감옥 속에서 김창수의 신념은 오히려 지나친 ‘이상’으로 여겨졌다.
김창수 역시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하찮은 죄인으로만 여겼기에 그들과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이내 죄수 중 상당수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데다 글도 몰라 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갇힌 것을 알게 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된다. 그리고 그는 곧 진정한 리더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서 죄수들의 대장으로 거듭난다.
김창수의 진심을 알아본 죄수들 역시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다. 김창수는 그런 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정신적 지주로 성장하고 독립투사로 변모해간다. 작품은 도전적이었던 청년 김창수가 성장해 가면서 변모하는 다채로운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치하포 사건을 비롯해 영화 속 대부분의 사건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이뤄졌다. 청년 김구가 사형수 였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만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감독의 상상력을 덧댄 부분도 있다. 영화 속 김창수가 일본의 철도 노역 작업에 끌려가고, 그 과정에서 영화 등장인물 중 한 명이 큰 사고를 당하는 장면 등은 역사적 진실은 아니다. 다만, 이 장면을 추가함으로써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 시킨다.
무엇보다도 김창수로 분한 조진웅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조진웅은 따뜻하고 섬세한 속내를 지녔으면서도 대단한 신념과 정의감을 갖춘 김창수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구현해냈다. 그가 토해내는 뜨거운 포효와 눈물은 시대를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일으킨다. 일본인을 향해 호통을 치는 장면에선 전율을 선사한다.
감옥소 조선인을 연기한 정진영, 신정근, 곽동연, 정만식, 이서원 등 조연들의 연기도 빛났다. 김창수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맡으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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