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캠페인 이어 지하철 무임승차 축소 추진에 볼멘소리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캠페인 이어 지하철 무임승차 축소 추진에 볼멘소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1.03 10:58
  • 호수 59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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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증 반납하라며, 혜택은 전무…”

[백세시대=배성호기자]“70세 넘어서도 운전은 계속해야 될 것 같아요.”
서울에 사는 김상희(63) 씨는 2~3년 내로 차를 팔고 운전을 그만둘 생각이었지만 최근 마음을 바꿨다. 여러 캠패인을 통해 면허반납을 종용하면서 아무 혜택을 주지 않는 점에 실망해서다. 게다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의 상향조정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음을 완전히 돌렸다. 김 씨는 “요새 70은 예전 50대나 마찬가지”라면서 “면허반납을 종용하면서 무임승차도 못하게 하는 건 사실상 집에만 있으란 소리”라고 쓴소리를 했다.

▲ 최근 사회적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치면서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증 자진반납을 독촉하면서도 지하철 무임승차의 축소를 추진하는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아 노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사진은 한 고령 운전자가 운전자 인지기능 검사를 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령 운전자 사고 늘자 ‘면허증 반납’ 범사회적 운동… 9000여명 반납
국감서 지하철 무임승차 축소론 본격 제기… ‘노인 권리 침해’ 목소리

사회적으로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독려하면서 동시에 지하철 무임승차의 축소를 추진하자 노인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실상 노인들의 교통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다.

이런 논란의 배경에는 증가하는 고령 운전자 사고가 있다. 나이가 들면 인지능력과 운동능력이 감소해 도로 위 돌발사항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교통연구원의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감소방안’ 연구를 보면 운전 중 제동능력을 평가하는 실험에서 고령운전자는 30~50대에 비해 제동거리가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지난 7월 70대 A씨가 실수로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아 버스를 들이받고 정류장으로 돌진해 5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교통사고 건수는 2014년 22만3552건에서 2016년 22만917건으로 줄었지만 65세 이상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2014년 2만275건에서 2016년 2만4429건으로 20% 넘게 증가했다.

이에 대한 해결법으로 도로교통공단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운전면허 자진반납이다. 도로교통공단은 10월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물 북측 광장일대에서 ‘2017 어르신 교통사고 ZERO 캠페인’를 진행하면서 진선자(75)·최정자(73) 어르신의 면허반납 행사를 여는 등 자진반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국회 안행위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운전면허증을 자진반납한 사람은 총 9104명이었으며 그 중 만 65세 이상의 고령운전자는 6802명으로 전체의 74.7%를 차지했다. 2013년 538명(월평균 44.8명)이었다가 지난해 1942명(월평균 161.8명)으로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 올해는 8월까지 1800명(월평균 225명)으로 월평균으로만 보면 5년 새 5배 이상 늘었다.

다만 이에 대한 보상책은 전무한 상태다. 일본의 경우 해마다 증가하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교통 승차권 또는 이용권을 교부하는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을 뿐 정부차원에서는 손을 놓고 있고 이를 위한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강석호 의원(자유한국당) 등 11명의 의원이 면허반납자에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교통비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지만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최근 끝난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만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료이용에 대해 “노인연령 인상이나 러시아워 시간에만 일부 징수하는 문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노인들의 양발을 묶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고령 운전자 전부가 사고를 일으킨다는 인식도 잘못됐다. 도로환경을 조금만 개선하면 노인들도 충분히 운전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교통부와 도로교통안전국은 2013년 ‘고령자 교통안전 개선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고령 운전자가 모두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치부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도 운전을 억제하기보다는 고령 운전자가 보다 알아보기 쉽도록 표지‧신호체계 정비 및 차선을 정비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고령자 중에서도 승객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운전자를 합리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제도를 우선적으로 만들고 일반 운전자의 경우 일본의 사례처럼 운전면허 갱신 시 연령이 69세 이하인 경우 유효기간 5년, 70세 이상인 경우 4년, 71세 이상인 경우 3년 등으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은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적성검사 주기를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인지기능 검사가 포함된 무료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진장원 한국교통대학원 교수는 “일괄적인 규제는 무리가 있다”면서 “선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면허반납자에 대한 혜택을 줘야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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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2017-11-07 20:14:45
78세된 노인입니다.물론 고령이 되다보면 행동이나 인지능력이 많이 부족해지지요. 그렇다고 별다른 교통대책 없이 면허만 반납하게되면 이동에 얼마나 불편할까요? 면허를 반납하고 이동에 불편 없이 살 수 만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이 있을 까요? 운전면허 검사주기를 단축하고 면허반납도 좋지만 노인들이 이동에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면 고령자가 구태어 위험을 무릅쓰고 운전을 하려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