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영면한 배우 김주혁
갑작스레 영면한 배우 김주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1.03 14:13
  • 호수 5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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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6일 방송된 KBS 인기 예능방송 ‘1박2일’은 경북 울진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기서 출연진들은 ‘사자성어 완성하기’ 게임을 벌였다. 제작진이 앞에 두 글자를 말하면 출연진이 나머지를 말해 사자성어를 완성하는 게임이었다. 당시 출연진의 맏형이었던 배우 김주혁이 문제 풀기에 나서자 제작진은 ‘토사’를 외쳤다. 돌아온 김주혁의 대답은 ‘구팽’이 아닌 ‘구탱’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친근한 놀림의 대상으로 ‘구탱이형’이라 불렸다.

그런 구탱이형이 떠났다. 올초 개봉한 ‘공조’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아르곤’의 성공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김주혁이 불의의 사고로 영면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30일 오후 4시 30분경, 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에서 차를 몰다가 인근 차량을 들이받고 아파트 벽면에 부딪힌 뒤 2m 계단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카이스트’, ‘프라하의 연인’, ‘떼루아’, 그리고 영화 ‘싱글즈’, ‘청연’ 등에 출연하며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만은 아니다. 초기에는 TBC 1기 성우 출신 배우 김무생(1943~2005)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항상 달고 다녔다.

유명 연예인의 2세라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이탈한 많은 배우들과 달리 그는 꾸준히 노력했고 결국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는 배우로서 자리를 잡는다. 위기도 있었다. 야심차게 출연한 MBC ‘구암 허준’이 시청률과 비평에서 모두 저조한 평가를 받으며 슬럼프를 겪은 것이다.

그가 돌파구를 맞기 위해 선택한 것은 뜻밖에도 예능방송이었다. 2013년 12월부터 ‘1박2일’의 고정멤버로 합류하는 의외의 행보를 보인다. 당시 ‘1박2일’은 동시간대 지상파 3사 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가정 저조해 폐지설이 나돌았다. 김주혁의 합류와 대대적인 멤버 교체로 결국 다시 일어섰고 그 역시 ‘구탱이형’이라는 친숙한 캐릭터를 얻게 됐다.

도회적인 세련된 분위기와 달리 허당기 가득한 친근한 동네 형 같은 이미지로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선 그는 2015년 돌연 하차를 선언한다. 본업인 배우에 충실하기 위해 떠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이후 출연한 ‘공조’를 비롯해 ‘비밀은 없다’, ‘석조저택 살인사건’ 등 출연작마다 영화계의 호평을 받았다.
평소 그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불효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고통 없는 그곳에서 못다한 연기 이야기를 나누며 영원히 효도하며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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