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스마트폰 에티켓
지켜야 할 스마트폰 에티켓
  • 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17.11.03 14:18
  • 호수 5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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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푹 빠진 고령자들
새벽에 카톡이나 문자 보내는 건
상대방의 일상 방해하는 일

사용장소 가리는 것도 중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은 위험

얼마 전 찻집에서였다. 실버세대인 친구들 서너 명이 대화하고 있었다. 그런데 점차 목소리가 커지더니 아주 정색을 하고 언쟁을 하는 소리가 옆 테이블을 건너 들리기 시작했다. 내용인즉, 왜 새벽에 카톡(카카오톡)을 보내냐는 거였다. 새벽 네 시에 카톡을 보내면 어떻게 하냐, 자고 있는데 알림음이 요란하게 울려 잠을 깨고 말았다고 한 친구가 불평했다.

그러자 상대친구가 반박을 한다. 자신은 새벽 세 시에 잠을 깬다고, 그리고 한 시간이나 참고 있다가 작업을 시작했노라고. 핸드폰을 왜 잠자리 머리맡에 두느냐, 알림음을 왜 켜놓느냐, 양쪽의 설전은 진지하고 심각했다.

신중년 중에는 아직도 폴더폰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말이다. 그들은 카톡도 밴드도 안하고 긴 문자도 잘 안 보낸다. 물론 때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셀카를 찍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가 하면 스마트폰의 재미에 빠져 SNS 활동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재미있는 소식과 입맛에 맞는 정치적 소견, 듣기 좋은 음악, 출처도 없는 좋은 글을 퍼 나른다. 오늘 내 손에 들어와 신기하다 싶은 내용이면 친한 지인들에게 두루 다 보내준다. 어떤 친구에게는 벌써 몇 달 전 전달된 구문인데도 말이다.

이제 스마트폰은 세상의 모든 뉴스가 다 들어있는 삶에 꼭 필요한 작은 컴퓨터가 됐다. 한 집계에 따르면, 60대 이상 인구 중 남성 71%, 여성 55%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한다. 올해 초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조사한 결과에서도 60세 이상 노인 100명중 12명가량은 이미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는 쉽게 말하면 중독이다. 와이프(wife) 없이는 하루 종일, 아니 며칠씩 잘 살 수 있어도 와이파이(wi-fi)가 안 터지는 곳에서는 당장 몇 시간도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와이프 보다는 와이파이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된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우려되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에 따르면, 노령층일수록 노안, 손 떨림, 관절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짧은 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더 큰 피로감을 느낀다고 한다.

젊은이들보다 반응속도가 느려 운전 중이나 보행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고. 오래 들고 보면 목이나 손가락 관절, 손목 등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화면의 LED에서 나오는 푸른빛이 뇌를 각성시켜 불면증과 우울증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각종 건강관련 정보를 과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걱정이 증폭돼 불안, 우울, 건강 염려증적 경향을 보여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장시간 모니터와 같은 디지털 영상기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작업을 할 때 생기는 근골격계 질환이나 안과질환 같은 VDT(Visual Display Terminal) 증후군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긴 시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들면 눈의 초점이 흐려져 갑자기 심각한 시력장애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호소도 흔히 듣는다.

이같은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어르신들의 경우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용 장소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흔들리는 차 안이나 보행 중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젊은이들은 길을 걸으며 화면을 들여다보다가도 반사적으로 위험을 피할 수 있지만, 실버족은 스크린을 들여다보다가 중요한 게 나오면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춰 서기도 하니, 뒤에 밀려오던 사람과 부딪칠 수도 있고 가까이 오는 차량을 인지하지 못할 때도 있다.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중 눈 건강을 위해 ‘20‧20‧20’ 규칙을 지키라고 한다. 20분마다 20초 동안 20피트(약 6미터) 떨어진 사물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또한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에 눈을 깜박이지 않아 안구건조증이 생기니 자주 깜박여 눈물로 적셔주라고 권고한다.

결국 결론은 최근 한국을 찾은 저커버그 미디어의 CEO인 랜디 저커버그의 당부가 답일 것 같다. 그녀는 IT 산업의 중요성을 한참 역설하다가, 마지막으로 삶에서의 언플러그(Unplug), 단절을 부탁한다. 아마도 다가오는 시대엔 디지털 디톡스가 더 필요한 높은 가치가 될 것이어서, 와이파이 없는 휴양지는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무심코 스마트폰으로 가던 손을 잠시 멈추게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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