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부케
가을 부케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7.11.03 14:19
  • 호수 5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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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가을 부케

당신이 던지셨어요?
날더러 바다에게 시집가라구요?

강옥(수필가)

**

해국이 바닷가 절벽에 탐스럽게 피었다. 정말이지 신부의 부케보다 더 아름다우면서도 당당한 자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어떻게 저렇게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또 저렇게 아름답게 필 수 있을까. 처음에는 단 한 송이가 피었을 것이고 그 다음해에는 두 송이가 피어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뎌 오늘까지 왔을 것이다.
그런데 기실 이것은 누군가 휙 던진 부케를 받고 당황한 어떤 여자의 항변이라니. 바다에게 시집가라는 건가요? 당황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되묻는다. 바다는 너무 무량하고 방대해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신랑이 아니라구요. 나는 그저 온실 속 화초처럼 풍파를 모르고 살고 싶다구요. 바다는 바다는 휴… 부케 너머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만 같다. 하지만 바다 같은 신랑 매력 터지지 않나요? 하루하루가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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