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가만히 있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부정맥, 가만히 있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 김영훈 고려의대 순환기내과
  • 승인 2017.11.03 14:27
  • 호수 5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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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

[백세시대]

48세 직장인 강심장(가명) 씨는 몇 년 전부터 느닷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다. 예쁜 여자를 만난 것도, 복권에 당첨된 것도 아닌데 몇 달에 한 번씩, 어떤 때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가슴이 심하게 방망이질 치곤 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은 몇 분 만에 사라지기도 하지만 어떤 날에는 두세 시간까지 지속되기도 했다. 가슴이 두근거릴 때면 숨쉬기가 답답하고 어지러운 증상이 동반됐다.

긴장하거나 흥분할 일 없이 가만히 있는데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이상했지만 특별한 문제없이 저절로 멈추곤 해서 병원에 가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하루 종일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더니 낮부터 시작된 증상은 밤늦도록 계속됐고 멈추지 않았다. 예감이 좋지 않아 강씨는 응급실을 찾았고, 심전도 검사결과 부정맥 질환의 일종인 ‘심방세동’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정상인이 안정 상태에 있을 때 심장박동 수, 즉 맥박은 분당 60~100회 정도다. 심장박동 수가 분당 100회 이상으로 빨라질 경우를 빈맥이라 정의하는데, 빈맥이라고 해서 항상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놀랐을 때, 혹은 운동을 하거나 힘든 일을 할 때에는 맥박이 분당 150회 정도까지 증가할 수 있으며,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맥박이 증가해야 할 이유가 없을 때 갑자기 발생하는 100회 이상의 맥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은 이렇게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거나 불규칙할 때 나타는 것으로 부정맥이라 하며, 그중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심방세동이다.

심방세동은 치료를 요하는 부정맥 중 가장 흔한 질환으로, 70~80세 이상의 고령자 10명 중 한 명이 심방세동이 있을 만큼 나이가 많을수록 나타날 확률도 높아진다. 심방세동은 사람의 몸에 있는 좌우의 심방 전체가 균일하게 수축하지 않고 심방의 각 부분이 무질서하게 부르르 떨고 있으면서 맥박이 매우 불규칙한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강씨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방치했을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까? 부정맥을 놔둘 경우 뇌졸중, 심부전이 나타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심방세동의 경우 만성이 되면 약물치료, 전극도자절제술 등으로 치료해도 재발률이 높아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부정맥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가족 중 부정맥질환이나 돌연사를 경험했거나 최근에 두근거림, 호흡곤란, 흉통,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부정맥 질환은 아무 때나 검사를 받는다고 진단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증상이 없을 때에는 정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잠깐씩 증상이 나타났을 때 지체하지 말고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가장 확실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모두 급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기박동 또는 기외수축이라고 불리는 부정맥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 맥박이 규칙적으로 뛰다가 한 박자씩 쉬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환자들은 이를 ‘맥박이 건너뛴다’, ‘벌렁거린다’라고 표현한다.

협심증 등 심장질환이 원일일 때는 즉시 치료받아야 하지만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심장에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된다면 대부분 그냥 둬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즉, 부정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급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떠한 종류의 부정맥인지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전문가로부터 치료방법 및 예후에 대해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두근두근 뛰는 심장에도 규칙적인 박자가 있다. 내 몸의 박자에 문제는 없는지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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