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 수술환자, 장 유착 인한 ‘장폐색증’ 유의해야
복부 수술환자, 장 유착 인한 ‘장폐색증’ 유의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1.03 15:08
  • 호수 5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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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폐색증 증상과 치료법

수술 후 복강 내 조직이 아물면서 장이 서로 들러붙는 경우 많아
변비와 복통 동반되고 설사‧구토 증상도… 방치하면 저혈성 쇼크

[백세시대=배지영기자]원종학(56)씨는 최근 배가 빵빵한 상태로 변비, 설사가 지속되고 복통까지 심해지는 증상이 계속되자 가족들의 권유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원씨는 ‘장폐색증’이라는 진단을 받아 곧바로 병원 입원 후 수액치료를 받았다.

원씨처럼 변비가 계속되고 복통까지 심하다면 장폐색증은 아닌지 의심을 해야 한다. 장폐색증이란 소장이나 대장의 일부가 막혀서 음식물이나 소화액, 가스 등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질병으로 대변과 가스가 장내에 축적돼 복통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 장폐색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8만6786명이었으며, 연령별 진료인원을 살펴보면 전체 인원 중 50대 이상이 44.5%를 차지했다.

◇장폐색증 원인과 종류
장폐색증은 장의 유착으로 인한 ‘기계적 장폐색증’과 장운동이 중단되는 ‘마비성 장폐색증’으로 구분된다. 기계적 장폐색증은 수술 후 발생한 유착이 원인이 된 경우다. 수술 시 손상이 생긴 복막이나 장 등 복강 내 조직이 아물면서 염증이 발생하고 섬유화 과정을 거치며 장들이 서로 들러붙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 내용물이 내려가지 못하는 장폐색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수술 후 수일 이내에 나타나기도 하고 수년 이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

▲ 장 유착은 수술 시 손상이 생긴 복막 조직에 염증이 발생한 뒤 섬유화 과정을 거치면서 장들이 서로 들러붙어 막히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장 내용물이 내려가지 못하면 장폐색증이 발생하게 된다. 그림=대한의학회

이밖에 크론병이나 장결핵 등 염증성 질환으로 인해 장벽이 두꺼워져서 폐색이 발생하는 경우, 외상 등으로 인해 장벽에 혈종(혈관 밖으로 흘러나온 피가 한군데에 고여서 만든 덩어리)이 생겨 장관을 막아버린 경우 등도 기계적 장폐색증으로 분류된다.

마비성 장폐색증은 장의 운동이 중지돼 기능적으로 폐쇄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대수술 이후나 급성복막염, 폐렴 등과 같은 병을 치른 후 일시적으로 장이 마비돼 일어난다. 보통 수일 이내에 회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외의 요인으로는 위 또는 십이지장 궤양 천공, 급성 췌장염, 급성 담낭염, 복부 외상으로 인한 복막 자극 등이 있다.

◇장폐색증 증상
기계적 장폐색증의 경우 쥐어짜는 듯한 복통이 발생하는데 이는 좁아진 장에서 음식물을 밀어내기 위해 장운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폐색된 부분의 위쪽에는 음식물, 소화액, 가스 등이 차면서 오심과 구토, 복부팽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황갈색을 띠는 담즙이 섞인 액체를 토하다가 점점 대변 냄새가 나는 물질을 토하게 된다. 또한 변은 보지 못하고 수분만 내려가기 때문에 소량의 물 설사를 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처럼 기계적 장폐색증이 지속되면 소화 및 흡수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수분과 전해질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빈맥(분당 심장 박동 수가 지나치게 빠른 상태), 저혈압, 탈수 증상이 나타난다. 더불어 장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허혈(동맥이 수축해 혈액 유입이 감소)과 함께 탈장으로 인한 복막염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반면, 마비성 장폐색증의 증상은 기계적 장폐색증과 비슷하나 양상이 조금 다르다. 마비성 장폐색증은 기계적 장폐색증과 달리 주기적인 복통은 없으며, 외형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복부팽만이 나타난다. 또한 가스 배출과 설사를 계속하는 것도 증상 중 하나다.
곽민섭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평소에 없던 변비에 소량의 잦은 설사, 복통, 오심, 구토, 체중감소가 나타나면 장폐색증을 의심해야 한다”며 “특히 50대 이상에서 대장암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즉시 진료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폐색증 치료
장폐색증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비슷한 증상의 기계적 장폐색증과 마비성 장폐색증을 구분하는 것이다. 기계적 장폐색증은 수술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그 적절한 시기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마비성 장폐색증은 수술적 처치가 거의 필요 없고 오직 수액요법과 약물요법으로만 치료해도 되기 때문이다.

기계적 장폐색증은 단순 복부방사선 촬영을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추가적으로 시행해볼 수 있는 검사로는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바륨조영술 검사 등이 있다. 특히 복부 CT는 기계적 장폐색증 자체를 진단하는 데 유용할 뿐 아니라 그 원인을 파악 하는 데에도 유용한 검사 방법이다.

장폐색증 치료는 우선적으로 내과적 처치를 시행하고, 증상의 호전이 없거나 종양 등으로 인한 폐색 시에는 수술적 처치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초기 치료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수액 및 전해질 공급과 감압치료다.

감압치료란 팽창된 장의 압력을 감소시키는 처치를 말하는데, 장 내용물이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므로 위쪽으로 빼줘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처치는 코를 통해 위까지 길다란 관을 삽입하는 식이다. 또한 수액치료를 하면서 통증과 염증반응을 감소시키기 위한 소염진통제를 비롯해 진경제(경련 진정제), 항생제 등을 사용한다.

곽 교수는 “장폐색이 일어나면 팽창된 장 내부로 기존에 있던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혈관을 통해서 이를 충분히 공급해주지 않으면 저혈압이나 탈수 등에 빠져서 저혈성 쇼크로 사망할 수도 있다”면서 “천공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만큼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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