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속의 독거노인
대가족 속의 독거노인
  • 정재수
  • 승인 2007.10.12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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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시에서는 3대가 함께 살면서도 노인의 처지가 독거노인과 같은 경우가 있다. 노인 방에 텔레비전이 한대씩 있고, 엄마와 아이들도 각방을 쓰면서 자기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에 몰두해 있기 때문이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밥을 먹는 기회도 흔치 않다.

손자와 채널 선택권을 다투고, 며느리 눈치 보며 연속극을 시청하던 가난한 때가 그리울 정도다. 그때는 오순도순 둘러앉아 3대가 의사소통을 했다. 며느리와 손자가 나누는 대화를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곁에서 듣고 기뻐하거나 혹은 안타까워했다. 그게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저들을 낳고 기른 어버이로서, 집안의 어른으로서의 자리였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그때조차 노인은 가족과 함께 하기 어색하다. 집안의 어른이 어느 사이 가족과 말이 안 통하는 사이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할아버지·할머니가 생각하는 것과 요즘 아이들, 요즘 며느리들 생각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예컨대 ‘개그콘서트’나 ‘무한도전’같은 우스운 텔레비전 방송을 보며 손자와 며느리는 배꼽을 잡고 자지러지는데 어르신들은 어리둥절해 있다. 교양이나 상식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유행 풍속, 새로운 말, 노래 등 문화적인 면에서는 특히 세대간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

영어까지 섞어서 말하는 소리를 들으면 한 집에서 살고 있어도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다. 청소년들이 입는 배꼽티나 힙합바지를 보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렇게 어르신들만 까맣게 모르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화가 너무 많다. 청소년들한테 익숙한 ‘비보이’ 공연이 그렇고, 노래 같지도 않은 노래를 노래라고 부르며 열광하는 젊은이들이 그렇다.

이것을 인정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한 가족 속에서도 노인들은 독거노인이나 다름이 없다. 최근 신노인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면에서 깊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노년세대가 바라는 대로 나라를 이끌어가려면 노년세대 스스로 변해서 그들과 공감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래야 가르치고 훈계도 할 수 있다. 그 정서적으로 감각적으로 아무런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하고서는 세대 차이 나는 가족과의 따뜻한 사랑과 대화도 나누기 어렵다.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에 감동하고 무엇을 바라는지 스스로 알려고 노력하는 신 노인이 돼야 풍요속의 빈곤도 없고, 대가족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독거노인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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