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요.”
건물관리대행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 사장님의 첫 마디였다. 시작하는 말씀부터가 수급 맞추기 어려운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동 자연생태관에서 청소하실 여자 분이 필요한데요. 시내버스 배차간격하고 출근시간이 맞지 않아서 차가 있으면 더 좋겠어요.”
대전광역시 동구 추동이라면 대청호 줄기를 따라 대전시 동구 가장 외곽에 위치한 한적한 동네로 버스로 한 시간 이상 소요되고 배차 간격도 한 시간이어서 출근시각과 차이가 커 출퇴근용 자가용 구비는 필수인 곳이었다.
그렇지만 취업을 희망하는 어르신들은 대개 생계형이 대부분이어서 자가운전이 적은 편인 데 거기에 여성 운전자라니…. 또 전시관은 월요일과 국경일이 휴무로 주말에도 근무하는 애로사항도 있고 보수도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건축한 지 몇 년 안 된 깨끗한 건물과 쾌적한 주변 환경은 장점으로 꼽을 수 있었다.
출근시간은 업체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기로 마음먹고 우선 희망자와 노인일자리 참여자 중에서 골라야겠다는 판단으로 밤늦도록 지원서를 검토하고 전화상담을 했다.
그 결과 고광자(63)어르신을 힘겹게 찾을 수 있었다.
식당일과 청소일 경력 뿐 아니라 반갑게도 운전면허도 취득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연세에 비해 젊어 보이시고 항상 산뜻하게 웃으시며, 그리고 적극적인 자세가 면담 초기부터 눈에 띈 분이었다. 알고 보니 그 시절에 미술전공을 하신 고등교육 수혜자였다.
허드렛일은 안 시켜줄까 봐 학력수준도 줄여서 기재했었다고 고백하며 다시 모신 자리에서 결국 눈물을 비치셨다. 사실 청소하시기엔 너무 아까운 분이셨다.
결국 고광자 어르신은 자연생태관에 취직이 되었고 출근 셋째 날 저녁에 댁으로 전화를 했다. 궁금한 건 많지만 우선 출퇴근 상황부터 여쭤봤다.
“제 차로 했지요!”
핸드폰도 없지만 출근시간에 지장이 생기니 있어야겠다 싶어 당장 중고 소형차를 구입했다는 것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일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은 좀 적응기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 후로 한 달에 두 번 정도씩 통화를 했다.
이 후 어르신이 일하고 계신 곳에 현장을 살펴보러 갔다. 만나러 가면서 한편으로 지금까지 전화로 못했던 고충을 한꺼번에 쏟아놓으시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허나 웬걸.
“아휴 뭐, 저야 뭐 좋지요.”
“여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공기 좋죠, 깔끔하죠, 제 건강에 도움되죠! 관장님을 비롯해 직원 분들도 다들 점잖고 잘 대해주시고요.”
“좋아요. 아주 뭐, 별장 속에 있다 하고 좋은 것만 생각하면 그냥 즐거워요. 우리집 양반도 지난번에 다녀갔더랬어요.”
건강이 되는 한 오래오래 일하겠노라고 꼭꼭 눌러 하는 여사님 말씀에 나는 고맙기만 했다. 그날 생태관 관장님과도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의 지적 자원을 살려서 박물관 내에서 해설사 내지는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해봤다.
또 하나 바램은 노인인력을 원하는 영세업체에 형평성 있는 지원이나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인취업이 더욱 확산될 것이고 그래서 더 많으신 분들을 각자의 소질에 맞춰 취업지원을 해 드릴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게 뭐가 있을까.
오늘도 여기저기 다니다가 발가락이 부르텄지만 매일이 오늘만 같으면 싶다.
‘별장’ 갖게 된 어르신 취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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