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카드와 노인의 품위유지
실버카드와 노인의 품위유지
  • 정재수
  • 승인 2007.11.03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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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전용 실버카드를 도입할 때가 됐다. 노인들의 소비생활을 돕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품위유지를 위해서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호주의 안나 루이스 하우 박사는 실버카드 제도를 도입한 호주에서는 실버카드 가맹점을 이용할 경우 우대받을 뿐만 아니라 가격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아주 유용하다고 한다.

노인들의 소비를 조장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어르신들도 이제는 건전하고 적극적인 소비생활문화를 할 때가 됐다는 뜻이다. 지하철을 무임승차하며 어디든 갈 수 있는 수준이 됐지만 극장, 고궁, 공연장, 레스토랑, 레스토랑, 백화점 등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 숟가락은 있으나 밥이 없는 격이다.

실버카드 제도를 생각해보자는 얘기가 그래서 가능하다. 실버카드를 소지한 어르신들이 이런 모든 곳을 이용할 때마다 반갑게 맞아들여지고 깍듯하게 대우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하철 표를 대신하는 카드가 있어야 표가 함부로 쓰이는 일이 없고 핵가족화로 인해 소외돼 있던 어르신들이 가족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대학생 손녀딸과 실버카드 가맹점에서 외식을 즐기는 지긋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해자. 얼마나 아름다운가. 선물가게나 옷가게 같은 곳에서 실버카드 소지자를 우대한다는 팻말을 내걸고 3대가 함께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사회가 얼마나 훈훈해지겠는가. 실버카드가 어르신들을 자신감 넘치게 할 뿐 아니라 효도카드 역할을 하게 된다.

어르신들의 몸에 밴 절약정신 때문에 이 제도가 정착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변하게 돼 있다. 그렇다면 변화된 환경에 맞는 어르신으로 생활하는 것이 낫다.

젊은 자녀들은 열이면 열 부모님이 옛날 방식으로 궁한 모습을 보이며 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맛있는 것이 있으면 찾아가 사 잡수시고, 좋아 보이는 옷이 있으면 사 입고, 화장품도 아끼지 마시고 곱고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바란다. 효심이 있는 자녀들이라면 대개 어르신들께 이런 말을 한다.

물론 용돈을 넉넉히 주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 순서다. 기초노령연금이나 용돈으로 이런 생활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 대학생 자녀에게 카드를 만들어주듯이 노부모님께도 실버카드를 장만해 미담이 들려오는 일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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