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라스렛(Peter Laslett)은 퇴직 후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을 제3기 인생(The Third Age)이라 했고 이 시기는 자기성취의 시기라 했다. 자기성취는 자기의 적성에 맞고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직업 활동, 지역사회 참여 활동, 사회봉사 활동, 취미나 특기 활동, 종교 활동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인생 80년이 보편화되고 있기에 제3기 인생은 평균 20~30년이나 되고 있다. 인생 80년에서 자기 성취의 시간으로 주어진 20~30년은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3인생에서 여생계획을 잘 세워 실천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 계획을 매일 매일의 생활에서 잘 실천하고 여생의 시간을 소중하게 잘 보내려면 시간관리를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관리는 각자가 살아오면서 터득하고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이 있을지는 몰라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관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시간관리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시간관리는 주어진 시간을 가치 있게 그리고 낭비하지 않고 잘 사용하기 위한 기술이다. 외국에서는 직장인의 일과 시간과 개인적으로 보내는 시간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오래 전부터 시간관리에 관한 책도 많이 나와 있고 시간관리 훈련이나 세미나 등도 많이 열리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시간관리 기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시간관리란 시간이 모자라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나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시간여유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별로 필요 없는 것이라 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시간적 여유가 많은 사람들에게 남는 시간을 소중하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더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한 미국 사람이 인생 80년의 시간에 하는 일을 계산해 보았더니 6년간을 줄서는데 보내며, 7개월은 신호등 대기에 보낸다고 한다. 그들은 또한 우편함을 여는데 9개월, 물건 찾는데 1년 2개월, 자리에 없는 사람을 찾아 전화 바꾸는 데 2년 4개월, 가사 일에 4년 7개월, 먹는데 7년을 소비한다.
하루에 8시간 잠을 잔다면 그들은 27년을 잠자는데 보내게 된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먹고 자고 줄을 서는 시간을 합하면 무려 49년이나 되어 하루 24시간 중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9시간 남짓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도 이와 비슷하거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루는 24시간이지만 실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9시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중년기를 넘어 제3기 인생에 접어들면 시간이 더욱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중년기를 넘어서면 시간에 관한 생각이 달라진다.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말한 것처럼 젊은 시절과는 달리 40대 이후는 인생에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를 생각하는 식으로 바뀌게 된다. 제3기 인생의 시간은 인생에서 남은 시간(여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의 시간을 잘 보내는 데는 좋은 생활태도와 가치관과 의지가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간을 잘 관리하는 방법과 기술을 익혀 실천한다면 제3기 인생에서 자기성취를 이루면서 여생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시간관리는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떤 일에 얼마만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하여 미리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시간을 잘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시간관리를 잘하면 리듬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고, 여유 있게 목표를 달성하게 되고, 서두름과 분주함을 예방하고, 변동이 심한 현대생활에 효과적으로 잘 적응하게 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예방하여 건강한 삶을 살게 되고 나아가서는 자기실현을 최대로 할 수 있고 성공적인 삶을 살수 있게 된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운동선수들이 이기기 위해서는 철저히 자기절제를 하며 훈련을 해야 하듯이 인생에서 자기 성취를 이룩하여 삶의 가치와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는 절제와 훈련을 해야 한다. 시간관리의 기술은 자기절제의 훈련을 통하여 습득되며 더욱 발전된다. 시간관리의 습관은 중년기부터 습관화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자연스럽게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늦어도 중년기부터 습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제3기 인생에 접어들어서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시간관리의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수가 없다. 시간관리는 기술이지만 그 기술 자체는 익히기 어려운 것은 아니고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천하는 의지와 태도이다. 이제 시간관리 기술 배워 뭐 하겠는가? 내가 이 나이에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과 태도는 제3기 인생을 가장 해롭게 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3기 인생에서 새롭게 배우고 생각과 태도를 바꾸어 실천하고 이루어 내고 있다.
한번 용기를 갖고 시간관리 기술을 배우고 실천하여 제3기 인생에 주어진 20~30년 아니 그 이상의 소중한 시간을 자기성취의 삶으로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다. 제3기 인생 시간관리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필자가 쓴 책 “새로 시작하는 제3기 인생”(서울대학교출판부 발간)을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