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행복한 나라
가족이 행복한 나라
  • 정재수
  • 승인 2007.11.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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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의 노인복지공약은 아직 단편적으로 밖에 발표되지 않았으나 국민생활에 있어서 노후안정을 아주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 일자리와 건강, 주택, 노인복지 등 모든 분야가 안정되어 집집마다 온 가족이 행복한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선거 슬로건으로 ‘가족행복시대’를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는 노인복지를 위해 구체적으로 퇴직자 재고용,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70대 정년시대 개막 등 ‘일을 통한 노후복지’와 치매 관리 및 치료를 위한 전국적 체계 확립을 통한 ‘노후안정성 강화’ 두 가지를 공약했다. 그의 70대 정년시대 개막 공약은 우리사회의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15세 이상 경제활동 인구의 사회진입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년을 늘려 2020년에는 70세 정년시대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들은 퇴직한 사원들을 재고용하기가 쉽게 되고,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오래 근무한다고 무조건 임금이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고령자의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그는 밝혔다.

그런데 정동영 후보는 70세 정년제도의 도입을 위해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노인의 취업이 아무리 바람직한 제도라 하더라고 이를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경우 민간부문에서 부작용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정년 연령을 정하는 것이나 이를 시행하는 구체적인 시행 방법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70세 정년제도 실시와는 별도로 일종의 고령자 청원경찰관을 학교에 배치하는 이른바 ‘실버 폴리스(silver police)‘제도를 도입, 이들을 전국 1만여 초중고교에 보낸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약 4만개의 고령자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인데, 월 급여액을 50만원으로 하면 연간 약 2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정부는 2007년 현재 1.3조원의 고령화대책 소요 재원을 2010년까지 1.9조원으로 늘리는 중기재정계획을 마련하고 있어 실버 폴리스의 재원은 여기서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일을 통한 노후복지’ 방안 가운데는 고령자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사회에 봉사하고 임금도 받을 수 있는 각종 직업상담원과 건설현장 안전요원 같은 자리를 마련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정동영 후보는 국민의 노후보장을 육아, 보육, 교육, 주택과 함께 사회전체의 책임이라고 말하고 노인복지 및 의료서비스, 노인의 취업과 소득확보를 위해 국가의 지원을 확대·강화함으로써 고령사회에 대비하게다고 공약했다. 그가 소속된 대통합민주신당이 정강정책에서도 이런 사회보장정책을 ‘사회적 돌봄제도’라고 부르면서 이를 실시할 것을 공약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국회의원 총선 때 “60∼70대 분들께서는 투표하지 마시고 집에서 푹 쉬셔도 됩니다”라는 발언으로 60세 이상 유권자들의 분노를 샀던 정 후보는 지난 9월에는 광주의 지체장애인 시설과 노인복지 시설, 그리고 전남 순천의 노인요양 시설을 찾아 외로운 노인들을 위로하는 등 노인복지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정 후보의 측근은 그의 과거 노인폄하 발언과 관련해 “정 후보가 그동안 뼈저리게 반성했고, 노인복지 정책 수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기야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총 유권자 약 3500만명의 12%(450만명)를 차지하는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는 대권의 꿈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이므로 그가 노인복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대선 판도가 한국의 대통령선거역사상 일찍이 없던 네거티브 전술로 혼탁해진 탓으로 노인복지문제를 비롯한 정책토론은 실종하고 말았다. 하루 빨리 이런 비정상 상태가 시정되어 노인복지문제를 포함한 국정에 관한 심도있는 정책토론이 있기를 바라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할 것 같아 답답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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