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의 금강혼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의 금강혼
  • 정재수
  • 승인 2007.11.23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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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천칼럼]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금이야옥이야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을 마다하고 힘들게 산 부모가 연로해진 뒤에 자식들은 ‘나몰라라’하는 경우가 많다. 출세한 자식은 제 노릇을 하느라고 바빠서 부모를 못 모시고, 실패한 자식은 실패했기 때문에 모시지 못한다.

자식을 위해 뭔가를 해야 노후에 대접받는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그 자식을 위해 병이 들고, 노후 준비를 미처 하지 못하면 자신만 쓸쓸하다. 더 이상 자식을 보험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 부부금슬이다. 부부란 젊어서는 연인이고, 나이 들어가면서 친구가 되고 늙어서는 서로에게 간병인이 되는 사이다. 가장 확실하게 여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내이거나 남편이다. 그래서 옛말에 열 효자보다 악처가 낫다고 했다.

30대, 40대가 이혼을 다반사로 하는 시대라서 그러는 것일까. 요즘은 황혼이혼도 화제가 되고 있다. 황혼기에 접어들어 굳이 이혼을 하는 이유는 뻔하다. 혼자 편안하게 살고 싶은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깨진 부부를 억지로 붙이자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란 천년만년 독야청청 할 수는 없다. 누구나 노환을 겪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갑작스런 심장통증과 같은 돌연사 징조가 보일 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아내, 혹은 남편이야 말로 가장 확실한 노인요양보장보험이다. 친구로 살다가 늙어서는 서로 간병인으로 보살펴주며 여생을 마칠 수 있지 않는가. 각각 개성이 있는 남녀가 만나 살다 보면 의견충돌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견, 다툼, 부부싸움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런 면에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의 결혼 60주년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여왕이 올해 81세이고 남편 필립공이 86세인데 함께 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남편 필립공은 지금도 1주일에 한번씩 아내인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한다.

부부가 함께 살면 건강하다는 의학상식이 영국 여왕 부부에게도 꼭 들어맞는 것 같다. 우리 주변에도 이처럼 백수를 해로하는 어르신들이 많이 있다. 서로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아 건강에 도움이 되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해로하는 것이 보약이다. (註:금강혼-결혼 6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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