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분자도 삼강오륜을 따른다
생체 분자도 삼강오륜을 따른다
  • 정재수
  • 승인 2007.12.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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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하나의 개체가 유기적으로 운영되면서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어 나가는 것을 볼 때 우리는 그 절묘한 장치와 완벽한 기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온전한 개체로 형태적 완성을 이루는 과정의 엄연한 질서와, 개체로서 부분 부분을 총화적으로 어우러서 빚어내는 생명활동의 무오류성(無誤謬性)의 신비를 보면서, 생명체로서의 긍지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생명체의 절묘한 시스템과 그리고 무오류적 완벽한 기능을 갖춘 사회를 바이오토피아라고 불러 본다. 따라서 이러한 바이오토피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측면에서 사회를 이끌어 가는 원칙은 바로 생명의 원리여야 할 것 같다.

바람직한 바이오토피아의 헌법에 해당할 수 있는 생체분자들이 삶의 노정에서 보여주는 기본적인 법칙들을 살펴보자. 사람살이에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공자(孔子)는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제창하였다. 이러한 사람 관계에 대한 삼강오륜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 서로 다른 신분의 구성원간의 질서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유학(儒學)에서는 사람간의 받들고(忠), 용서하는(恕) 행동을 지상목표로 가르치고 있다.

첫째, 순서의 아름다움이다. 생명현상이 온전하게 진행되려면, 생체분자들의 생성과 소멸, 작용과 반작용이 모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순서에 따라 진행되어야만 한다. 바로 이러한 생체분자의 순서라는 질서가 생명현상을 이끌어 가는데 결정적 요인이다.

둘째, 분자의 지조이다. 생체분자는 자신에게 부여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반드시 주어진 짝과 만나서 반응하여야 한다. 아무하고나 반응할 수 없다. 자신에게 정하여진 짝을 찾아 반응해야만 생체분자의 기능이 보장되고, 질서가 유지되는 근원이 된다.

셋째, 안분의 도이다. 생체분자들은 반드시 생체 세포내에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시간에 위치해야 한다. 반드시 자신에게 부여된 적정한 공간과 필요한 시간에 위치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기능을 발휘하고, 존재 가치를 빛낼 수 있다.

넷째, 협동의 묘이다. 생명현상의 근간이 되는 대부분의 반응은 생체분자들이 평형에 이르려는 노력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하거나, 시스템의 방향을 변환시킬 필요가 있을 때에는 협동이라는 방법을 택한다. 서로 뭉쳐서 새로운 차원의 힘과 방향을 갖추는 협동의 법칙을 순순하게 따랐을 때 생체의 삶은 진행된다.

다섯째, 화생의 덕이다. 세포내 들어와서 활동하여야 하는 생체분자는 어느 것 하나도 원래 그대로가 아니다. 생체분자는 세포내에서 변화함으로써 삶에 필요한 존재로 화생하는 덕을 갖추고 있다.

생체분자가 갖추고 있는 이와 같은 다섯 가지의 덕목(德目)은 바로 생명의 논리를 이루는 바탕이 되며, 생명사회가 유지되는데 갖추어야 할 질서의 근원이며, 바로 생명 분자의 오륜(五倫)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 법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생체는 생체분자들에게 세 가지의 본질적 속성을 부여하였다.

첫째는 기다림의 원리이다. 삶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분자들은 올바른 짝을 만나서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세포내외 공간에서 자신에게 정해진 짝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생체분자들의 기다림의 바탕에는 본질적으로 그리움을 속성으로 배태하고 있다.

둘째, 만남의 원리이다. 생체분자는 제대로 된 짝을 만나 주어진 상황에서 다른 분자들의 기능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생체분자들의 만남이 모두 적분되었을 때 온전한 생명현상으로 귀결된다.

셋째, 헤어짐의 원리이다. 생체분자는 기능을 위하여 정하여진 짝을 만나야 하며, 이러한 분자들의 만남으로 생명현상은 가능하여진다. 그러나 계속 만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생체 전체로서의 균형적 삶을 위해서는 아무리 기다렸다가 만났어도 헤어져야 할 때는 떨어져 나가야 한다.

생체분자들은 기다렸다가 만나고 헤어져야 하는 세 가지 속성을 그 본질로 지니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속성을 생체분자의 삼 원칙 또는 삼강(三綱)이라고 불러 본다. 이러한 삼강의 저변에는 그리움으로 기다리는 모습과 반갑게 만나는 즐거움과 아쉽게 헤어져야하는 안타까움이 흐르고 있다. 이러한 생체분자의 삼강오륜은 바로 생명사회의 지상목표인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의 근본을 이루는 헌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헌법은 지켜야 하는 것이 당위이며 그 바탕에는 정(情)이라는 본성과 어울림(和)이라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생명사회에서 장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분자들의 삼강오륜을 본받아야만 할 것이며, 실제로 장수인의 삶에서 정과 어울림으로 빚어낸 그러한 모습을 여실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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